디스크립션: 레트로 게임팩을 수집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전시는 단순히 물건을 진열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취향과 수집 철학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시간과 애정을 들여 모은 게임팩을 잘 정리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장식장의 선택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본 글에서는 레트로 게임팩을 전시하고자 할 때 고려해야 할 기준과 함께, 실제 수집가들에게 권할 만한 장식장들을 구체적으로 추천하고 그 장단점과 가격대까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전시용 장식장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기준
레트로 게임팩은 카트리지와 박스의 크기가 제각각 다르고, 소장 목적과 전시 목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전시장 선택에 있어 몇 가지 기준을 사전에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째로는 보존성입니다. 수집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먼지, 습기, 직사광선 등 외부 환경에 노출되면 변색되거나 손상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막을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장식장이 바람직합니다. 둘째로는 전시효과입니다. 게임팩의 표지나 라벨, 아트워크가 잘 보이도록 구성할 수 있는 구조인지 살펴보아야 하며, 단순 수납이 아니라 감상이라는 목적에 적합해야 합니다. 셋째는 공간 활용성입니다. 방이나 서재, 거실 등의 실제 사용 공간과의 조화를 고려하여 깊이, 폭, 높이를 측정하고, 장식장이 공간을 압도하지 않도록 계획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확장성입니다. 수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후에 확장하거나 동일한 구조로 추가 구매가 용이한 제품인지 여부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됩니다.
1. 유리문이 있는 기본형 장식장 (이케아 DETOLF 시리즈)
이 장식장은 수많은 레트로 수집가들 사이에서 전시용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모델입니다. 추천 이유는 단연코 전시 효과와 가격 대비 품질의 균형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투명한 유리 도어가 있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며, 내부 칸막이가 기본적으로 4단 이상으로 나뉘어 있어 다양한 크기의 게임팩을 분류하여 진열하기에 적합합니다.
장점으로는 우선 먼지로부터의 보호가 가능하다는 점이 있습니다. 도어가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별도의 커버 없이도 카트리지를 깨끗하게 보관할 수 있으며, 선반이 유리로 되어 있어 빛을 통과시켜 내부가 밝고 쾌적한 느낌을 줍니다. 또한 LED 스트립을 추가 설치할 경우 박스 아트나 라벨이 한층 돋보이게 되며, 박물관 전시처럼 연출할 수도 있다는 점도 이 장식장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단점으로는 선반 간격이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슈퍼패미컴 박스나 길쭉한 메가드라이브 팩처럼 세로 크기가 큰 타이틀은 눕혀야 하거나 칸을 조정해야 하는 불편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유리 제품인 만큼 무게가 제법 나가며, 설치 시 안전에 유의해야 합니다.
가격은 이케아 기준으로 기본형 DETOLF는 약 8만 원대에 구입 가능하며, 조명 키트는 별도 구매 시 약 2만~3만 원 내외입니다. 가성비가 매우 우수하여 처음 장식장을 구성하고자 하는 입문 수집가에게 특히 추천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2. 벽걸이형 얕은 선반장 (LOMMARP, DIY 아크릴 장식장 등)
게임팩의 정면 아트워크나 라벨을 감상하는 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면, 얕은 깊이를 가진 벽걸이형 장식장이 적합합니다.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정면 노출 전시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책장이나 장식장과 달리, 이 방식은 게임팩을 세로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전면을 완전히 드러내어 포스터처럼 전시할 수 있습니다.
장점은 무엇보다도 시각적인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같은 타이틀이라도 정면을 향한 전시는 마치 도서관의 표지 전시대처럼 감상 목적에 충실하며, 특히 박스 완품 수집가에게는 가장 만족도가 높은 방식입니다. 또한 공간을 차지하는 깊이가 얕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도 효율적으로 설치가 가능하며, 수량이 적은 경우에도 전시의 임팩트를 살릴 수 있습니다.
단점은 보관 기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먼지나 습기로부터 보호가 어렵고, 유리 도어나 커버가 없는 제품의 경우 외부 충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크릴 슬라이딩 도어를 별도 부착하거나, 투명 커버를 씌우는 방식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격대는 다양하지만, 무인양품 선반이나 이케아 LOMMARP의 경우 5만~10만 원 선에서 구매가 가능하며, 자작 아크릴 선반은 소형 기준으로 3만 원 내외, 대형은 7만 원 이상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3. 책장형 수납장 (BILLY, 한샘 샘책장 등)
게임팩의 수가 많고, 전시보다는 정리와 분류, 체계적인 수납에 초점을 두는 경우에는 책장형 수납장이 효과적입니다. 추천 이유는 보관 능력이 탁월하며, 카테고리별로 정리하기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장점은 첫째로 확장성과 유연성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BILLY 시리즈나 한샘 샘책장은 같은 규격의 장을 여러 개 병렬로 연결해 사용하기 쉬우며, 선반 간격을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크기의 게임팩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비용 대비 수납량이 많고 구조가 안정적이라는 점입니다. 수납장을 기본 구조로 구성하되, 내부에 아크릴 케이스나 비닐 포장 등을 병행하면 보존성과 시각적 만족을 동시에 얻을 수 있습니다.
단점은 전시 효과가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책처럼 옆면만 보이게 꽂는 경우 라벨의 디자인이 보이지 않거나, 컬러감이 줄어들어 시각적 즐거움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중간에 전면 노출용 공간을 일부 확보하거나, 각 칸마다 LED 소형 조명을 설치하여 시각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가격은 BILLY 기준 7~9만 원, 한샘 샘책장은 기본형이 6만 원 내외이며, 문짝 추가 시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긴 안목으로 수집 규모가 커질 것을 예상한다면 가장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선택지라 할 수 있습니다.
필자의 경험: 데톨프 장식장을 어떻게 보완해 사용하고 있는가
필자의 경우는 레트로 게임 수집 이전부터 이케아의 데톨프(DETOLF) 장식장을 다른 취미용품, 예를 들면 피규어나 미니어처 등을 전시하는 용도로 먼저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같은 장식장을 게임팩 전시에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데톨프는 전시 효과 면에서 매우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며, 수집품을 투명하게 노출하면서도 기본적인 보호 기능을 갖추고 있어 여러 취미 수집가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모델입니다.
그러나 이 장식장을 오랜 기간 사용하면서 발견한 단점 중 하나는, 유리문과 프레임 사이의 모서리 틈새를 통해 먼지가 일정 부분 유입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유리 도어가 있는 구조라 하더라도 완전히 밀폐되는 형태는 아니기 때문에, 장시간 방치할 경우 미세먼지가 게임팩이나 내부 선반에 쌓이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필자는 처음에는 데톨프 전용 틈새 차단 실리콘 테이프와 PVC 투명 씰 등을 사용해 틈새를 막을까 했지만, 실리콘 테이프가 도드라져 보이는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틈새에 맞게 붙일 수 있는 융모로 된 제품을 따로 구입하여 틈새를 메꾸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첨부한 사진으로 확인 가능합니다.) 이 작업은 크게 어렵지 않으며, 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실용적인 차단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현재는 장식장 내부의 먼지 유입이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현저히 줄어든 상태입니다.
결과적으로, 데톨프는 기본 구조만으로도 우수한 전시 효과를 제공하지만, 약간의 보완 작업을 병행하면 거의 밀폐형 장식장에 가까운 성능을 갖추게 되며, 이는 레트로 게임팩처럼 라벨 보존이 중요한 수집품 전시에 특히 유용합니다.
결론: 장식장은 수집의 완성이다
레트로 게임팩 수집은 단순히 물리적인 카트리지를 모으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컬렉션을 어떻게 전시하고 감상하느냐에 따라 수집의 깊이와 만족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좋은 장식장을 선택하는 일은 단순한 가구 구매가 아니라, 자신의 수집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성하는 작업이며, 그 과정을 통해 수집은 더욱 의미 있는 문화 활동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예산과 공간, 수집의 방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자신에게 맞는 장식장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그 속에 깃든 수많은 시간과 추억이 하루하루 더욱 빛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