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연은 블라인드에서 본 안타까운 이야기다.
감정이 이끄는대로 행동하다가는 두고두고 후회 할 일이 생길수도 있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해당 사연에 대한 필자의 의견을 정리해본다. 혹시나 누군가가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해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면, 이 글의 요지를 잘 해석해서 고민은 끝내고 후회가 적은 선택을 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고민남의 대략적인 상황은 이러하다.
간단히 말하면 와이프가 바람을 피웠다는 건데, 속 사정이 참 복잡하다.
일단 40대 중반 남성으로 초등 아들딸 2명이 있고, 강남에 자가로 거주중이라고 한다. 5-6년 전 회식으로 단란 주점을 몇 번 갔었던게 아내에게 발각되어 이혼 직전까지 갔던 전적이 있는 분이었다. 그 때 필사적으로 아내에게 사죄하고 회개하겠노라 약속하여 겨우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아내는 그때부터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 육아, 집안일도 뒷전이고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오면 바로 방문닫고 방으로 직행하여 나와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고민남은 업보려니 생각하여 퇴근후 육아와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생활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5-6년간 그렇게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작년 초 쯤 아내가 갑자기 관계 개선을 위해 잠자를 해보자고 제안해왔다고 한다. 눈물 날만큼 감동한 고민남은 그 일을 계기로 더 열심히 가족을 위해 살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즈음 아내가 친한 지인들과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로 새벽에 귀가하거나 가끔 외박하는 일들이 종종 생겼다고 한다. 고민남은 지은 죄가 있으니 괜찮다, 스트레스 풀고 와라라며 너그럽게 이해해 주곤 했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자고 있는 아내의 핸드폰 마지막 카톡이 "사랑해" 임을 발견했다고 한다. 지난 대화를 훑어보니 상당히 오랜기간 만나온 것 같으며, 잠자리는 한 것 같기도 하고 안 한것 같기도 해서 애매한 느낌이며, 그렇지만 서로에 대한 감정이 좀 느껴지는 대화들이었다고 한다. 상대방 남자가 '정말 남편한테 돌아갈꺼야?' 하고 물으니 아내는 '끝이니까 이제 연락하지마' 라고 대답한 대화도 있었다고 한다. 상대방 남자는 계속 돌아와달라고 회유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고민남은 충격으로 밤을 꼴딱 새우고, 회사도 휴가를 내고 거리를 배회하기도 하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아이들 때문에 이혼은 선뜻 용기내기 어려울 것 같고, 이얘기를 아내와 터놓고 얘기하자니 아내가 성격이 쎄서 오히려 아내가 먼저 이혼하자고 나올 것 같아 두렵다고 한다. 결국 자괴감에 괴로워하면서 그냥 눈감고 넘어가려면 넘어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는 심정으로 다수의 조언을 구하는 글이었다.
200개 댓글의 대부분은 '니가 한 짓이 있는데 죄 값이다 생각하고 살아라,
혹은 도찐개찐이네' 하면서 비난하거나, 그도 아니라면 이혼해라 였다.
참 SNS상의 많은 사람들은 모두들 참된 성인군자시고, 아무것도 잃을 것 없는 인생 혹은 인생을 서너번은 더 사는 사람들 들이시다. 이 상황에서 고민남을 비난한다고 해서 실질적인 득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당연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자녀가 있는데 이혼이 그렇게 쉽게 결정해도 되는 일이 아닐 뿐더러, 당신 죄 값이니 참아라 라고 하기엔 당위성도 없거니와 고민남의 마음은 더욱 수렁으로 빠져들어 우울증이나 홧병 같은 애꿎은 정신질환이 생길수도 있다. 그럼 그 가정은 너무 불행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필자는 철저하게 고민남의 입장에서 사연에 대한 조언을 고민해 보았다.
고민남이 화나고 충격적인 감정은 당연하다. 죄 지은 사람이라고 해서 상처가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상처는 아프다. 다만 그 상처를 어느정도 감수해야하는 것 또한 맞다. 하지만 화나고 상처 받았다고 해서 고민남이 당장 이혼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앞서 말했듯 두 자녀가 있고, 강남에 자가로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재산분할 때문에라도 현실적으로 이혼하는 것은 어렵다. (고민남이 사연 중 강남에 자가로 거주하고 있다는 내용을 쓴 이유는 a) 내가 그래도 가장으로서 경제적으로 모양 빠지지는 않는다. b) 이혼하면 분할해야 할 재산이 꽤 된다. 를 함의한다 짐작하였다.) 부채가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혼하여 재산 분할에 돌입하게 되면, 소송이혼일 경우 세금은 없지만 변호사 수임료가 %로 계산되기 때문에 변호사비용만 양측으로 상당하며, 협의이혼으로 돌린다고 해도 아마도 재산분할만큼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은 낮기에(만약 그렇다면 본문에 자산 내역을 좀 더 상세하게 썼겠지) 급매를 통해 일부 손해보고 매도한 금액의 절반을 뚝 떼어줘야 하는데 미래가치를 포기하는 것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재산상에 막대한 마이너스이므로 경제적으로 손해볼 일만 잔뜩 남았다. 따라서 가진게 많을 수록 이혼은 더욱 더 신중해야 한다.
그러면, 아내와 터놓고 이 상황에 대해 진솔하게 대화해야 할까?
그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진솔한 대화는 갈등을 해결하는데 꼭 필요한 과정이며, 이 대화 과정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면 관계가 더욱 굳건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고민남은 과거의 과오가 있기 때문에 아내와(아내가 현재 바람을 피우는 중이라고 하더라도 남편이 이를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동등한 입장이 될 수 없으며, 아내의 바람이 남편의 잘못때문에 홧김에 시작된 바람일 가능성 또한 있기 때문에 대화가 원만하게 흐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최악인 것 같은 이 사연에서도 다행인 점도 있다.
아내가 스스로 가정에 돌아올 결심을 하고, 남자를 스스로 정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내는 무슨 계기로 바람을 시작했는지는 불명확하지만(감히 추측만 할 뿐) 어쨌든 자기가 있을 자리는 가정이며, 고민남의 곁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누가 등 떠밀어서도 아니고, 남편이 낌새를 눈치 챈것 같아서도 아니고, 스스로 사고 판단의 과정을 거쳐 행동하는 중이다. 사람은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한 점에 대해서는 일관된(관성) 행동을 지속하는 경향이 짙다. 바람을 끝내겠다는 아내의 결정은 어느정도 확고하다고 짐작된다. 아내가 가정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 것은 아마도 지난 5-6년간 고민남이 보여준 가정에 충실한 모습때문에 다시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일거라 추측된다. 고민남이 예뻐서 라기 보다는 아내도 아이의 엄마니까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온전한 가정을 준다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민남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시 잘 해보고 싶다는게 나쁜 것이 아니다. 어차피 결혼 생활 60년 중에 열렬히 사랑하는 기간은 아마도 육아기간을 제외한 앞 뒤 합쳐 10년 정도일 것이다. 사실 몇몇 부부들은 가족의 끈끈함이 때로는 불타는 사랑보다 갚지다고 말할 수도 있고 이 또한 틀린 말도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 것을 매우 긍정적인 사인으로 해석하며, 아내가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아래와 같은 조언을 한다.
필자의 생각에서는 이건 고민할 필요도 없다.
고민남은 아무일 없었던 것 처럼 지금껏 해 왔던 대로 하면 된다.
괜히 진솔한 대화를 하겠다고 "여보 잠깐 이리좀 와봐" 하면서 얘기를 시작하는 행동은 금물이다. 물론 아내와의 진솔한 대화는 언젠가는 해야한다. 다만 그건 나중에. 서로 안정과 믿음이 재건되면 그 때 솔직하게 "과거에 이런 일들이 있었던거 다 안다, 실제로 나도 많이 놀랐었다. 하지만 나의 지난 과오에 대한 반발심에서 시작된 일일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당신이 스스로 정리하고 가정에 충실하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도 알아서 다시 우리 가족끼리 잘 지내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 이렇게 지난 일을 얘기하는 것은 당신을 질책하려는 것이 아니라...." 라고 차분히 고민남의 감정을 꺼내보면된다. 그 전까지는 스텔스기처럼 고민남의 마음을 드러내지 말자. 아마 아무일 없었던 것 처럼 일정기간을 평소와 같이 보내다보면, 아내가 이전과 달리 가정에 조금씩 신경쓰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당장은 양심의 가책 때문일 수도, 아이 때문일 수도 있지만, 아무렴 어떤가. 고민남이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사연 내내 읽혔던 희망사항이 바로, 첫 째가 행복한 가정이며, 둘째가 아내와의 관계 회복일텐데 정확히 동일한 순서로 고민이 해결될 것이라 예상한다. 힘든 시기겠지만 고민남이 조금만 더 아내에게 신뢰와 관대함을 보인다면, 장기적으로 관계에 더 긍정적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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