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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애로상담] 아직 결혼 전인데 시댁 식구들로 벌써부터 숨이 막혀요

by 참견하는 INTP 2025.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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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연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MZ식 고부갈등 스토리다.

최근 젊은 세대들(특히 여성)이 결혼 후 흔히 겪는 애로 사항 중 상당히 많은 사례라 이번 사연을 빌어 필자의 평소 견해를 적어보려 한다. 참고로 필자는 페미니스트도 아니며, 남미새도 아님을 먼저 밝힌다. 따라서 시부모님은 절대악, 며느리는 절대선이라는 며느라기식 사고방식에 적극 동의하는 것도 아니다. 현실에서 마주치는 고부관계를 포함한 모든 관계는 항상 상대적이며, 상황에 따라 달리 볼 수도 있는 애매한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실제로 스윗 영포티 이상의 4050 아저씨들 세대의 며느리들이 겪었던 갈등과 지금의 2030 MZ 며느리들이 겪는 갈등의 내용이 상이하며, 시부모님들조차 스윗 영포티 시절의 시부모님들에 비해 고부 관계의 개념과 교양이 많이 변했기 때문에 현대의 시선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도 대한민국의 어느 집구석에는 7080 시어머니들이나 할 법한 말뽄새와 심술을 여지없이 과시하는 집도 상당수 있다. 만약 이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현재 필자가 말하는 MZ 고부갈등의 범위를 벗어난 "찐 막장시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상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 스스로를 세상 가장 천한 위치에 두지 말아야 한다. 이 사연글은 개막장 시댁 사연이 아닌 MZ 고부갈등 사연임을 설명하느라 말이 길었다. 특히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란다. 사연은 아래와 같다.  

 

 

 

생각만해도 스트레스 받아서 숨 쉬기도 힘들고 가슴이 답답해져요.

이번 추석이 결혼 전 부모님과 자유롭게 보낼 수 있 는 마지막 명절인데 

추석 날 부모님과 있는거 알면서도 전화하셔서 한시 간 넘게 전화 안끊으시고

차 타고 한시간 반 정도 가야하는 예비시누 집에 같 이 가자고 아침 부터 전화하세요.

시누 육아휴직 중인데 복직 하기 전에 여행 가야한 다면서

내년 초 다같이 해외여행 가자 하십니다.

제 스케줄이나 여행 가면 어때? 라고 물어보신 적도 없어요.

아직 결혼식도 안했고 저희 신혼여행도 안정했는데

시누네 애 둘 포함 식구와 시댁 식구들과 여행 가자고 하시는게 저만 이해가 안되는건가요?

제가 느낄때 시댁 식구들이 너무 무례해요.

명절에 부모님과 시간 보내는거 알면서 전화통화 길게 하는거.

제 스케줄 한번 안물어보고 여행 가자고 한거.

명절 마다 매번 시누네랑 밥 먹자고 연락하시는거.

시누 둘째 100일에 결혼전이라 전 안가고 선물 보냈 는데 시누는 고맙다는 연락 하나 안온거.

남자친구가 중간역할 확실히 해준다해서 믿고 결혼 진행 하고 있는건데,

알고보니 여행 안간다는 이야기도 전달이 안되어있어요.

시누 집에 가는 것도 어머님이 말씀하시면 그게 말이 되냐고 갈일 없다 라고 확실히 말해줬으면 하는데

걔도 스케줄이 있지 라는 식으로 말해요.

처음부터 확실하게 말하지않으면 결국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 될수밖에 없는데

힘들다고 말하고 싫다고 의견 분명히 말했는데도 왜 본인 부모님한테 말을 제대로 못하는걸까요?

벌써부터 스트레스 받아서 체하고 토하고 불면증 생 기고

몸에 이상이 오고 있어요.

심지어 시댁 사는 곳도 차로 5-10분 거리입니다.

도대체 왜 저러시는걸까요.

가족이라고 생각해서 얼굴 보고싶고 다 같이 하고싶다 이건 핑계 아닌가요.

편하게 해주셔야 찾아뵙고 싶죠.

저를 대우 해주셔야 같이 시간 보내고싶죠.

대화 해보면 저를 아들 챙겨주는 사람 쯤으로 생각 하세요.

건강 기능식품 저한테는 해주시도 않으시고 아들만 해주시고는

아들이 잘 안챙겨먹는다고 저한테 챙겨주라면서 화내시듯 전화하셨어요.

저희 결혼 전이라 아직 같이 살지도 않는데 말이죠.

각자 집에서 사는데 뭘 어떻게 챙겨주라는건지..

결혼은 3개월쯤 남았습니다.

제가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인데 계속 무례한 행동과 말이 반복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

제 성격도 점점 부정적으로 변하는듯하고 힘이드네 요.

왜 좋은 일 앞두고 힘들고 스트레스 받아야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하.. 일단 사연자는 쉽지 않은 시댁을 만났다.

앞서 말했듯 나쁜 시댁을 만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것과는 별개의 의미로 원만한 고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쪽이 부단히 신경쓰고 노력해야만 가능한 시댁을 만났다는 말이다. (시어른들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는 이 글에서 파악할 수 없다.) 젊은이들이 생각했을 때 요구사항이 많고 며느리 도리에 대해 기대치가 상당한 시어른들이다. 물론 그 분들은 동의하지 않을것이다. '이게 뭐가 많이 요구한다는거야? 며느리가 그럼 이 정도도 안하고 남처럼 살겠다는거야?' 하고 생각하고 있을것이다. 황당하겠지만 사실이며 그것이 모든 사건의 기저에 작동되어 많은 갈등을 유발할 것임이 분명하다. 사연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일 것이다. 시부모님이 조금 더 교양있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배려해주는 훌륭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안타깝지만 그런 분들은 아니고 그냥 평범한 시부모님, 어쩌면 평범에서 조금은 더 옛날 사고 방식을 가진 부모님이셔서 매우 유감이다. 따라서 '나의 예비 시부모님은 이런 사람이구나'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로 필요하다.  (대신 다른 복, 이를 테면 남편이 정말 훌륭한 인품이라던가 능력이 좋다거나 식의... 하다못해 차후에 자식 복이라도..? 있길)

 

 

"그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하나요? 저 홧병 날 것 같아요!"

아니다. 이해하라고 했지 받아들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사실 저렇게 자식들을 정신적으로 독립시키지 못하고 집성촌 마냥 자신의 집 근처에서 아들 딸 식구들을 모두 기거하게 하며, 시시때때로 자식부부(손주 포함)가 자신의 곁에서 떠날 수 없도록 휴일이고 평일이고 시시때때로 부르고, 뭔 놈의 온 식구 생일 및 결혼기념일까지 온 가족이 모일 건수를 자꾸 자꾸 만들어 모임을 주도 하는 부모들은, 엄밀하게 말해서 정신분석학 적으로 정상은 아니다. 모든 생물은 장성한 자식의 온전한 독립을 최종 목표로 양육하며 이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는다. 그들은 과연 자식이 모지리라서 차마 독립을 못시키는 것인가, 아니면 본인이 자연의 섭리를 거역하는 어리석은 자 이기 때문에 안 시키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간에 이런 모자란 집안 때문에 엄한 남의 집안 자식이 고생하고 있는 현 상황을 현대적이고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당하는 본인이 화가 덜 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지원을 많이 해 주는 부모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하다.

강남 지역에 거주하는 미성숙한 부모들의 경우 결혼 전부터 혹은 신혼집을 자신과 같은 아파트 단지로 미리 구해주어 정신 및 물질적으로 멀리 도망갈 수 없게 묶어 놓는 전략을 많이 사용한다. 실제로 그 동네 어린이집 학부모들을 만나보면, 유사한 입장의 며느리들끼리 서로 시댁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놀랍게도 그들의 스트레스 발단-전개-결론 양상은 무섭도록 닮아있다. 무슨 시부모님 며느리 기강 잡기 학원이라도 있는가 싶을 정도다. 아마도 그들 아파트 커뮤니티 사우나, 헬스클럽, 모임등에서 집단지성을 쌓아 가는가 싶다. 혹은 대대로 부가 세습될 정도의 집안이라면 시어머니의 시어머니를 통해 도제식으로 전수 받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경향이 그렇다는 것이지 다 그렇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오해하지 말자. 다시 말하지만 며느리를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성숙한 인품의 시어머니들도 많다. 

이 글에는 사연자의 시부모님의 경제력에 대한 내용은 생략되어 있다. 보통 시집살이에 대한 한탄글은 '보태어 준것도 없으면서 시집살이는 오지게 시킨다'는 내용이 심심찮게 드러나는데 이 글은 그런것이 없는 것으로 보아 경제력이 있으시거나, 글쓴이가 그런 부분은 고려하지 않는 성숙한 인품의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사연에서 시어머니는 사연자를 존중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자기중심적인 언행이 이어진다. 이것은 시어머니가 나르시시스트여서 그런 것일수도 있고, 그저 단순히 며느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내 뜻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서 완장질하는 것일수도 있다. 전형적인 아랫사람이자 내 아들 챙겨줄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심지어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여기 저기 데리고 다니려 하는 것을 보면 잔금 치르기 전에 계약금 냈다고 빈 집에 자기 짐 미리 갖다놓는 몰상식한 세입자를 보는 것 처럼 당황스럽다.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상식적인 선을 다소 지키지 않는 아줌마가 아닐까 조금 걱정스럽기도 하다. 딸이라도 근처 살면서 교류가 많으면 무개념 행동을 최소한으로라도 저지하고 알려주기라도 할 텐데 아쉽게도 한 시간 거리에 살아 교류가 적은 것 같다. 마침 아들과 사연자의 신혼집이 차로 10분 이내 거리라고 하니 앞으로 남편이 중간 역할을 잘 해주지 않으면 속썩을 일이 참 많을 것 같다. 

 

 

시어머니의 아들, 그러니까 예비 남편에게 중간역할을 기대해도 괜찮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쉽지 않다. 우선 신혼집이 시댁 가까운 것만 보더라도 시작이 좋지 않다. 직장이나 여러 사정들 때문에 신혼집 위치를 그렇게 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할지 몰라도 협의하는 과정에서 예비 남편이 단 한번이라도 "우리 부모님이랑 너무 가까운 곳에서 살면 너가 좀 불편하지 않겠어?' 하고 사연자의 입장을 염려하는 말을 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예비 남편은 효자와 불효자 중 효자에 조금 더 가까운 사람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미 여행 관련해서 중간 역할을 수행해 달라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능이 영 시원찮은 것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진정 내 편이 되어 시집살이를 절대 시키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걔도 스케쥴이 있지'가 아니라 '아직 결혼식도 안했는데 무슨 가족 여행이야' 라는 단호한 오프닝 멘트를 시작했음이 옳다. 사연자도 이미 느끼고 있다. 원래 남자들이 대게 그런데, 남편이 남의편의 줄임말이구나를 뼈저리게 느낄일이 앞으로 참 많을 것이다. 혹여나 예비 남편이 돈 관련해서 부모님께 거액을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 있는 경우라면 내 편이 되어줄 기대조차 하지 않는게 좋다. 시대가 변했다 한들 남자는 가정을 이루면 경제적인 부분에 강한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에 더더욱 돈 앞에 약한 모습을 취할 수 밖에 없다. 마치 맞벌이를 하더라도 육아에 대한 여자의 책임감이 훨 씬 큰 것 처럼 말이다. 따라서 받을 것이 있는 아들이라면 더더욱 부모님의 순한 양이 될 일만 남았다. 

 

이 결혼 해도 되는 걸까? 아이를 낳고 키우면 달라지지 않을까? 

이 부분은 결국 사람 나름이다. 솔직히 말해 이런 성향의 시어머니에게는 사연자 같은 성향의 며느리가 아닌 입안의 혀같이 구는 여우같은 며느리가 안성맞춤이다. 그래야 하하호호 웃으며 잘 지낼 수 있다. 딸보다 더 딸같이 굴며 아양도 떨고 같이 백화점도 다니면서 시어머니한테 옷이랑 가방 화장품도 뜯어낼 수 있는 그런 며느리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시어머니는 뜯기면서도 호구처럼 호호 웃으실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연자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결혼을 하면 안되는 것은 아니다. 불행중 다행으로 시어머니가 막말을 일삼는 개막장 쓰레기인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나잇대 보수적인 시어머니라면 충분히 저럴 수 있다고 본다. (당연히 그게 옳다는 말이나 맞춰 주라는 말은 아니다) 남편 될 사람만 괜찮다면, 그리고 경제적으로 남편에게 기대지 않아도 충분한 상황이라면 결혼 해도 괜찮다. 극단적인 문제만 아니라면, 이 사람은 시어머니 자리가 별로라서 안되고 이 사람은 키가 작아서 안되고 식으로 사람을 쳐내게 되면 결국은 결혼 할 사람을 찾지 못해 나중에 더 곤란한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 흠(시어머니 자리)은 -남자가 괜찮다는 전제하에- 결혼하는데 큰 문제는 아니다.

 

또 한, 고부 관계가 항상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지금은 며느리가 철저한 을의 입장에 있는 시기이지만, 나중에 아기가 태어나게 되면 관계의 힘이 바뀐다. 대게의 경우 시어머니들이 손주를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며느리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힘이 며느리쪽으로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육아를 하게 되면 주변 어른들의 육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유리하기 때문에 근처에 사는 것이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다. 아기에게도 조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며 친척들과 관계를 맺는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므로 시어머니에 대한 며느리 본인의 마음도 조금 긍정적으로 열릴 가능성도 있다.(물론 이 모든건 개 막장 인간들이 아니라는 전제)

 

결국은 결혼을 하게 되면 남편의 역할을 너무 기대하지 말고,
자신의 멘탈 관리에 신경쓰는 것이 필요하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걸어가는 길이다. 호호 할매 할배가 되어 손 잡고 인생을 마무리 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수만번의 갈등과 고난이 있다. 그 누구와 결혼해 살더라도 스트레스와 갈등은 있다. 다만 그 모양새와 크기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원래 남과 같이 산다는게 어렵다. (필자는 그래서 다음생에는 결혼을 절대 하지 않기로 결심.....) 예비 남편이 좋은 사람이라면, 남편이 아닌 나 자신을 믿고 결혼해서 잘 살면 된다. 내 인생을 잘 살아야 둘이 사는 인생도 잘 살수있다. 나머지는 사실 중요한것이 아니다.

어차피 시간은 며느리의 편이다. 생각해 보라. 아무리 악인이라도 죽을때가 다가오면 결국엔 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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