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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세 돌 아기랑 계곡 나들이, 고기리 스타벅스 근황

by 참견하는 INTP 2025.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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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고기리 계곡 초입 삼거리에 스타벅스가 들어섰다.

전국 여기저기 심지어 산골마을까지 스타벅스가 들어서는 판국에 고기리에 스타벅스가 생긴게 뭐 그리 대단하랴 싶지만 여기 고기리 스타벅스는 특이한 점이 있다. 지하층에서 아예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이 때문에 계곡 옆 식당에서 비싼 백숙을 시켜 먹지 않아도 커피 몇 잔 만 마시면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여름철 피서지가 되어 유명해졌다. 서울 근교 계곡 나들이 명소가 되었다는 말이다. 안그래도 고기리 계곡은 주말만되면(특히 여름) 좁은길목을 오가는 차들로 밀리거나 혼잡한 곳이었는데 스타벅스가 들어서면서 주차장을 진입하고 싶은 차들로 인해 더욱 더 혼잡해져 필자 같은 범부들은 한동안 찾아갈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스타벅스 주차장은 길건너 까지 포함하여 주차장 사이트가 두 군데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만차이며, 만차일 경우 도로가 좁아 도로에서 정차하며 대기 할 수 없고 닫혀진 차단기를 아련히 바라보다 그대로 지나쳐 가야하는 구조로 인해 더욱 주차 난이도가 높은 곳이다. 그래서 한 동안 가지 못했다가 얼마전 우연한 계기로 주말에 방문하게 되었다. 

 

주차는 여전히 만차였지만 행운이 따라주어 비교적 쉽게 주차하였다. 

마침 출차하는 차가 있어 길건너 제2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었다. 음료를 1만원 어치 구입하면 1시간 주차 무료이며, 10분당 500원이라 주차비는 저렴하다. 건물은 지하 1층~지상 3층같은 2층으로 되어 있고 마당에 야외 테라스 자리가 제법 넓다. 화장실을 가거나 아래 계곡으로 내려가려면 지하 1층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가 정말 깜 짝 놀랐다. 나도 육아중인 부모이긴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스타벅스 자리를 물놀이장 휴게 공간 처럼 사용 하고 있었다. 육아를 하는 필자로서도 뜨악스러웠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얼마나 불쾌할까. 그런데 그런 불쾌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비치 타올을 자리에 펴 놓은 사람도 부지기수고 물 비린내라고 해야 하나, 쾌쾌한 냄새와 수영복 입은 아이들로 가득차서 절로 인상이 써졌다. 분명 스타벅스 고기리점을 처음 기획 했을때는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 일면식도 없는 고기리점 관리 담당자가 불쌍해졌다. 심지어 특별히 많지도 않은 좌석을 점유한 물놀이객들은 몇 시간이고 죽치고 앉아 있다 갈텐데, 회전율이 생명인 카페로서는 참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겠다 싶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없앨 것도 아니고, 아니면 수영복 착용시 입장 금지라고 써붙여 놓던가 뭔 수를 내야 할 것 같았다. 기겁한 필자는 지하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자 2층으로 올라갔는데, 이 곳 또한 빽빽한 좌석에 사람은 많고 좀 편안한 휴식은 어려운 듯 했다. 혹시 내가 나이를 먹어서 이제는 혼잡한 스벅이나 카페는 갈 수 없고 한적한 호텔 카페나 수영장 같은 곳만 가야할 때가 된건가 생각되기도 했다. 사실 시끄러운 식당은 잘 안가게 된지도 제법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필자로서는 휴식하기에는 영 아니었단 말이다. 

 

그래도 아이는 마냥 좋아했다. 

흐르는 물만 있다면 어디든 엉덩이를 적시며 주저않아 돌탑을 쌓으며 공사장을 만드는 놈이라 그 날도 돌맹이를 모으며 행복해 했다. 반질 반질하고 비교적 하얀 돌맹이를 물속에서 건져서는 나에게 선물이라며 주기도 했다. 사실 계곡은 물이 깨끗하진 않다. 고기리 계곡물이 좀 그렇다. 미지근하고 좀 깨끗하진 않다. 그래도 더러워서 못 놀겠다 정도는 아니고, 물고기도 제법 많이 살고 있어서 근교에서 계곡물놀이를 즐기기엔 나쁘지않다. 그래서 더 사람들이 많이 찾기도 하고. 

 

휴식을 어느정도 포기하고, 멀리가고 싶진 않고, 마침 주차장에 자리가 있다면 간단하게 아이와 주말 물놀이 하기엔 적당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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