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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애로사연] 시누이의 아이 돌봐달라는 부탁에 고민입니다.

by 참견하는 INTP 2025.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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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여성커뮤니티에 올라온 고구마 사연이다.

사연자에게는 어떤 것이든 조언이 절실해 보인다. 

 

(사연) 시누이의 아이 돌봐달라는 부탁에 고민입니다.

사연시누이가 직장 복직한다고 자기 아이 병원가는거 같아가지고 데려다가 픽업해달라고 부탁하는 남편 말에 전 너무 고민인데요

첫째는 어린이집 다니고 있고 둘째는 7개월인데 23개월즈음에 어린이집 보내라고 (생일이 4월생) 하더라고요
근데 그 시아누 얘기때매 둘째를 둘 전에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시조카 챙겨달라고 하는데 이건 좀 아닌거 같아요
만약 둘째가 첫째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할때 보통 아침에 가는편인데 (첫째는 하원하고도 갈수도 있...상황 보고) 시간이 겹칠수도 있고 또 저기 정기적으로 대학병원 안과에 예약해서 통원하는데 시누이 아이 때문에 스케줄이 겹쳐서 못가게 되면 이것도 곤란하고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봤더니 그 아이 챙겨주다가 저희 애들을 못 챙겨주거나 하는게 저는 맘이 안 내키고 그게 왜 남의 아이를 이렇게까지 해줘야하나싶기도 하고...

시누이가 자기 일 다시 복직한다고 자기 아이 픽업해 병원 데려다주고 해줄 아이돌보미 선생님 구해보려고 알아보니 보통 아침 시간대는 안구해진다고 가까운 사람한테 부탁하는게 낫지않냐며 저희 분만팀에 얘기를 꺼내서 남편이 저한테 할 말이 있다고 하더니 자기 조카를 좀 병원에 데리러 같이 매일 가야할 것 같다더라고 (신체발달 문제가 있음) 저더러 자기 여동생네 집에 찾아가서 조카에 좀 챙겨달라고

한달에 60만원씩 주기로 했다며 저한테 반강제(?)으로 설득한 식으로 말을 하는데 저는 처음엔 안된다고 못할거 같다고 거절했습니다

시조카가 너무 예민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그 애를 돌봐줄 자신이 없는데...

둘째 얘들을 어린이집에 곧이 일찍 보내면서까지 남의 아이를 케어해줘야할까?

그럴거면 도움 줄 만한 사람이 본인 시댁이나 친정이나 아님 지인한테라도 없을까 싶고

그 문제에 내가 왜 개입해야하는지 이해도 안되고...
그럼 자기 얘 말길 사람이 없으면 애 엄마가 복직하지 말고 자기 아이를 돌봐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아이가 2명이라서 다른집 아이 챙길 여유도 없는데 생각할수록 참 복잡하고 거절 하고싶은데 어떻게 말을 해야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을까요 ㅠㅠ

한두번 병원 데려다주는것도 아니고... 계속 주 2번씩 가야한다는데 제가 왜 그래줘야 하는건지...

시누이 아이는 한명인데 그 부탁을 들어줘 하나 싶고 돈 주고 일 시키는거라 더 맘이 안내켜요

내가 무슨 아이 케어 전문가도 아니고.... 돈 필요하고 한것도 없고 아무튼 저희 애들은 던지고 시조카 챙겨달라는것 말이 안돼서
그 부탁 들어줬다가 나중에는 아예 저희 집으로 보내서 혹은 시누이 집에 가서 자기 애 좀 돌봐달라고 선 넘는 부탁할까봐 그것도 정말 싫네요 ㅠㅠㅠㅠㅠㅠ

정부에서 주는 둘째 양육비 100만원은 둘이 될때까지 받는데 지금 당장 부탁 들어주게 되면 둘째 어린이집을 보내면 치면 정부 혜택도 못받고 달랑 60만원만 시누이한테서 받게되는? 복잡한 상황이 될수도 있고
어찌해야하나 결론이 안 나는데 어떻게 하면 서로 기분 상하지 않고 거절할수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처음에 이 글을 읽고 남의 일임에도 불구, 내가 다 답답함을 느꼈다.

이번에 이 글을 쓰기 위해 한 번 더 사연을 읽게되었음에도 여전히 처음 읽었을 때 처럼 답답함이 죄어온다. 

세상에 좋은 거절은 없다. 특히나 이 일은 좋은 거절을 할 수 있어도 차라리 나쁜 거절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왜 그럴까? 시누이는 왜 이런 말도 안되는 부탁을 했을까? 그건 사연자 부부를 "너무" 편하게 생각해서 그렇다. 특히 사연자를 "집에서 노는 사람". 시가족 뒤치다꺼리 해주는 사람 쯤으로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조카를 중심으로 벌어진 사태라 확 와닿지 않을 수도 있는데, 시부모님 간병으로 주제를 살짝 틀면 쉽게 이해가 된다.

 

치매걸린 시아버지가 계신다고 생각해보자.

남편과 시누이는 딜레마에 빠진다. 아픈 부모를 요양병원에 보내자니 자식으로서 도리가 아니고, 그렇다고 본인들이 하기엔 엄두가 안난다. 어쩌면 시누이가 한 두달 해봤더니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서 아차 싶었을 수도 있다. 전문 요양인력을 부르자니 너무 지출이 크다. 인건비가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부모와 간병인 둘 만 있을 때 과연 내 부모에게 한결같이 잘 대해줄지 장담할 수 없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아! 올케가 있었지?!" 일하러 자식 둘이 쏙 빠져버리면 가족이라는 미명하에 집에 붙박이로 있는 올케(사연자)에게 명분도 서고 참 잘됐다 싶을 것이다. 가족이니까 가족할인으로 보수도 절약할 수 있으니 간병 인건비도 절약할 수 있으니 더 잘됐다. 올케는 곤란하다. 가족인데 병든 시부모를 외면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꼼짝없이 병수발을 들자니 앞으로 눈 앞이 깜깜하고 왠지 덫에 걸린 것 같은 찜찜한 기분도 떨쳐버릴 수 없다. 

 

이 사연에서도 똑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시누이는 직장에 나간다. 남편도 직장에 나간다. “일하는 사람”은 늘 자신들이고, “집에 있는 사람”은 사연자다. 그렇기에 시누이는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일하니까 바쁘고, 올케는 집에 있으니 일정 조정이 가능하겠지.’ 이 사고방식은 악의가 있어서라기보다, 너무 익숙해진 역할 구도 때문이다. 문제는, 이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는 순간 사연자는 ‘가족 내 무료 육아·간병 인력’의 포지션에 갇힌다는 것이다.
한 번 수락하면, 다음엔 더 큰 부탁이 온다. 한두 번 돕는 건 호의지만, 반복되면 구조가 되고, 구조가 되면 의무가 된다. 그리고 이 구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사연자의 아이들이다. 본인 아이들 챙기기도 빠듯한데 남의 아이 병원 스케줄까지 끼워넣어야 하고,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이번엔 이것도 좀 해줄 수 있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나는 내 아이의 엄마인가, 시가의 보조 육아인력인가? 그날이 오기 전에 선을 그어야 한다. 이 사연에서 답답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어떻게 말하면 기분이 덜 상할까?’가 아니라 ‘왜 내가 이 상황에서 상대방 기분을 걱정해야 하지?’라는 당연한 질문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분명히 해야 한다. 거절한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정도 선을 못 지키면 더 큰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관계를 지키는 건 무작정 들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무너지지 않는 선을 명확히 하고 그 위에서 도와줄 수 있을 때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니 이 상황에서 필요한 건 ‘좋은 거절’이 아니라 단호한 경계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엄마라는 이유로, 그 어떤 무형의 압박도 사연자를 희생시키는 당위가 될 수 없다. 아마 시누이는 지금 아직 모를 것이다. 사연자가 이 부탁을 들어주는 순간 그녀에게는 ‘힘든 부탁을 들어줘 고마운 올케’가 아니라 ‘필요할 때 언제든 부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을. 그 구조가 시작되지 않도록, 지금이야말로 정확하게 선을 긋고 경계를 세울 때다. 그리고 스스로도 이 사연의 시누이 같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자.

 

그리고 사연의 댓글에는 남편을 비난하는 댓글이 엄청나게 쇄도 했다.

하지만 필자는 남편 욕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원래 남이다. 안타깝지만 스윗영포티 한국 남성들은 시부모님을 위한 며느리의 희생 정도는 당연한 의무라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애초에 그들이 가족 외 타인에게 스윗한 것은 회사의 20~30대 초반 신입 여직원 한정이다. 그러니 남편이 그 어렵다는 "중간역할"을 잘 할것이라는 일말의 기대조차 거두어야 한다. 중간역할은 이름처럼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사회적 능력치가 최상급이어야 중간역할을 원만히 수행할 수 있다. 그러니 사회성이 기본적으로 열등한 남성에게, 며느리의 도리를 패시브스킬로 생각하기에 의지조차 바닥인 남편에게 감히 중간역할이라는 슈퍼플레이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래도 직장은 열심히 다니고 생활비는 꼬박 꼬박 벌어다주니 가장으로서의 역할은 다 하고 있다고 본다. 사실 이 문제는 엄밀히 따지자면 시누이와 사연자의 문제다. 그러니 남편은 제 3자로서 여기에 입 댈 권리조차 없다. 닥치라고 하고 시누이와 직접 해결보는 것이 좋다.

 

며느라기 깨는 것도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쉽다.

한 번 깨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완전 A hole new world가 열릴테니 덜덜 떨면서 말하더라도 할 말은 하자.

"난 안할래요. 사람 쓰세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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