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댓가 없이 솔직하게
요즘 맛집이나 제품 리뷰를 검색하려고 하면, 분명 제목에 '내돈내산'이라고 써있어서 클릭했는데, 알고보니 소정의 수수료나 식사권을 받고 대가성으로 쓴 리뷰일때가 많아서 김이 팍 샐 때가 참 많다. 더군다나 그런 광고성문구는 꼭 글의 제~~~일 마지막에 쪼그맣게 써놓더라! 그런 글들을 볼때면 저렇게 제공자로부터 대가를 받은 기브앤테이크 관계에서 솔직하고 유용한 리뷰가 나올리 만무하기에, 그 글을 읽은 나의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지곤 한다. 필자는 단 돈 몇 푼 때문에 어떤 것에 대한 나의 즉각적인 생각과 신념을 표현하는 것을 일부라도 포기할 마음이 없다. 이 글 역시 내가 내 카드로 사서 내 맘대로 쓰는 제품 후기이다.
이전에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 때 수도배관을 믿지 못 해서 삼다수를 사먹었다.
생수 맛이 거기서 거기라고 해도 묘한 맛 차이 때문에 다른 생수는 사지 않고 오직 삼다수만 사먹었다. 은근히 생수 맛 차이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고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러다 오래된 아파트를 벗어나 이사를 하게 되면서 정수기를 들이려 한 적도 있었다. 삼다수 1.2리터를 매번 12통씩 주문해 먹는 비용도 적지 않았음에도 왠지 정수기 렌탈 비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서 고민만하고 계속 삼다수를 사먹었다. 그러던 중 생수병에서 용출되는 미세플라스틱 논란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정수기를 들이게 되었는데, 일간에서는 생수병 미세플라스틱 논란은 정수기 판매사들의 디스 마케팅이라는 설도 있지만 찜찜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실제로 땡볕 아래에 생수병을 오래 노출시키면 뜨거운 열기 때문에 미세 플라스틱이 생수에 유입될 수 있는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삼다수가 비닐 패키지를 제거한 에코페트병을 몇 년전에 내놓았는데, 온라인 마켓에서는 아.직.도. 비닐 패키지 버전의 삼다수가 버젓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이 중단된 이래 최소 몇년간 묵힌 생수병임이 분명한데 그간 창고 비용을 지불하면서 생수병을 실내에 보관했을거라는 보장은 그 누구도 해주지 않는다. 찜찜하긴 하다.
하지만 정수기로 바꾸려니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다.
렌탈이니 뭐니, 정수기 종류도 너무 많았고 내가 아는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정리된 영상을 보기도 하고, 몇 차례 실사용 후기 검색도 하면서 알게된 사실을 필자의 기준으로 간단히 정리해보려 한다. 혹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까 싶어서.
우선 정수기를 선택하는 기준을 잡아보자.
비슷한 이유로 정수기를 바꾸려 한다면 다른 무엇보다 위생/소독 측면이 가장 신경쓰일 것이다. 관리가 잘 안된 정수기는 오히려 세균의 온상이 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정수 성능이 뛰어나며, 셀프세척 기능 혹은 관리가 용이한 제품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수기를 들이게 된다면, 사실상 거대한 주방 가전 하나가 떡하니 공간을 차지하게 되는데 그것 또 한 신경쓰였다. 최대한 미니멀한 놈으로 고르고 싶다. 그리고 비용은 최대한 적었으면 좋겠다. 생수를 사 먹는 비용보다 적거나 혹은 조금 더 많더라도 이해할 만한 수준이기를 기대한다. 이 세가지 기준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얼음 기능은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에 제외하기로 했다. (얼음이 나오는 냉장고를 비선호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미니멀한 정수기를 찾아보니 빌트인 타입과 슬림형으로 나뉘었다.
빌트인 타입은 정수기 메인 몸체는 싱크대 하단으로 숨기고, 출수구가 싱크대 위로 나와 있는 형태였는데, 미니멀하고 예쁘기로는 단연 최고였다. 다만 기본적으로 비싸며, 싱크대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일체형 정수기 중에는 슬림형이라고 해서, 기존 정수기 보다 가로 폭이 상당히 날씬하게 나온 형태였는데, 가격이 획기적으로 저렴해지진 않고, 나름 예쁘게 나온 제품들도 있었다. BTS가 광고하는 그 정수기 있잖아? 그거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슬림형이라고 할지라도 정수기 구조상 폭이 깊을 수 밖에 없고, 나와있는게 있다면 걸레질을 한 번이라도 더 해야하고 등등의 이유로 크게 내키지 않았다. 알아보면 알아볼 수록 빌트인 정수기로 마음이 향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빌트인 타입은 주로 4가지 브랜드에서 고른다.
삼성 비스포크, 엘지 퓨리케어, 코웨이 노블, 쿠쿠 스팀100 이다. 아정당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보면 빌트인 정수기에 대해 보기좋게 분석해 놓은 영상이 있는데, 이걸 한 편 보면 된다. 냉온정 기능, 출수구 소독, 스테인레스 직수관 여부 등 궁금한 정수기 스펙을 표로 깔끔하게 잘 비교해 두었다. 참고로 아정당에서는 이런 정보를 보기좋게 올려놓고 구독자를 자기네 렌탈 중개 서비스로 연결 시키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하는데, 아정당을 통해서는 정수기 렌탈을 하지 않는것이 좋다. 후에 기술하겠지만 아정당은 정보만 열심히 보고, 좋은 컨텐츠 만드느라 고생했으니 좋아요 한 번 눌러주자.
스테인리스관, 자가살균 기능 등이 있는 엘지 퓨리케어가 무난하겠더라.
왜 많이들 사는지 알겠다.
사실 필자는 삼성 비스포크 AI콤보 세탁기를 인생가전 수준으로 잘 쓰고 있어서, 삼성가전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긍정적이었어서 정수기도 이왕이면 삼성 비스포크로 구입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스포크 정수기는 코크(물 나오는 곳) 내부 살균이 되지 않는다. 수도꼭지가 오염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 해당 사항은 치명적이라 생각해서 비스포크는 구입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네 개 브랜드 중 비스포크와 퓨리케어만이 직수관이 스테인레스라서, 두 가지 사항에 모두 합격점을 받은 퓨리케어를 구매하는 것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필터 같은건 제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다 상향평준화가 되어 있어서 의외로 요즘 시대에 메이저 브랜드 제품이면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듀얼로 쓸까? 싱글로 쓸까? 오브제는 뭐지?
엘지 퓨리케어는 총 4가지 제품 라인업이 있다. 소독수 라고 해서, 과일 등을 씻을 때, 소독수에 담궈 두었다가 정수물로 헹구면 따로 베이킹 소다 등으로 세척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혹은 소독수를 분무기에 담아 뿌려서 간단한 청소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해당 기능이 있냐 없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지만 이왕 조금이라도 더 비싼 빌트인 제품을 쓰는데, 나름의 장점같은 것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듀얼 모델로 마음이 기울었다. 평소에 아이가 있어서 과일을 거의 매일 먹기 때문에 소독수 기능이 있으면 잘 쓸 수 있을것 같기도 했다. 다만 최종 선택 과정에서 듀얼과 싱글의 가격 차이가 상식 이상으로 난다면 구지 듀얼을 고수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브제 버전은 신형인데, 좀 더 예쁜 색상을 추가한 버전이다. 크림 화이트와 베이지, 블랙이 있는데, 전자제품이나 자동차는 개선모델이 나오면 단점을 개선하거나 원가를 절감하는데 대게의 경우 가격이 올랐다면 단점을 개선한 경우가 더 많아서 오브제 버전도 뭔가 하나라도 더 개선이 됐겠거니 싶어 오브제로 결정. 오브제 색상이 더 이쁘기도 하고.
렌탈을 해야 할까, 아니면 제품을 구매해서 쓰는게 나을까?
이 이슈는 필자도 며칠간 고민을 했다. 엘지 퓨리케어의 경우 제품을 정가를 주고 구매해서 사용할 경우 130만원~ 140만원 가량이 든다. 렌탈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직접 구매하는 것 보다 총 비용이 더 든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구매를 고려 했었으나, 내가 저 정수기를 천년 만년 사용할 것도 아니고, 오염 될것을 고려하면 오래 써봐야 5년 쓰고 새 정수기로 교체해야 할 것 같은데 구지 사서 쓸 필요가 있나 싶었다. 렌트의 경우도 소유권 이전 기간이 종료되면 정수기 소유권을 넘겨줘서 구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관건은 약정 기간을 다 채울 수 있느냐일 뿐이었다. 그리고 구매할 경우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수리 비용, 부품비용은 구매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라 (무상수리 기준이 있을 수도 있지만 5년을 다 커버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도 좀 부담되었다. 정수기 메커니즘이 간단해서 고장이야 잘 안나겠지만 또 모를 일이다. 관이 막힌다거나 터치 버튼이 작동 안한다거나 할 수 있는거 아닌가? 렌탈의 경우는 해당 내용도 다 월 납입비에 포함이라 무상으로 수리가 가능했다. 그래서 렌탈도 비교를 해보기로 했다.
인터넷 티비 약정하듯이 정수기 렌탈도 옮겨 탈 수 있더라.
이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사실상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한데, 인터넷 약정 기간이 다 되면, 지원금 많이 주는 곳을 찾아서 얼마를 현금으로 지원받고, 다시 재 약정을 거는 것 쯤은 많이들 알고 있을 터이다. 정수기도 정확히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렌탈 시스템이 형성되어 있었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정수기 영사(영업사원) 찾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오고, 영사들의 홍보 댓글도 종종 보였다. 마찬가지로 본점을 통해 직접 계약을 맺을 수도 있고, 얼마의 지원금을 더 받아서 대리점을 통해 계약을 맺을 수도 있는 방식인데, 대리점 마다, 영업사원 마다 지급해주는 지원금액수와 기타 조건이 다 달라 이 것을 얼마나 발품을 팔며 알아보냐가 중요한 성공요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이 무슨 시대인가, 바야흐로 플랫폼 홍수의 시대다.
이제는 발품을 팔지 않아도, 플랫폼이 영사와 고객이 모이는 아고라가 되어 준다. 이번에 새로 알게된 "렌트리" 라는 앱에서는 손쉽게 견적을 받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의심이 많은 자. 과연 여기 올라오는 지원금 조건이 좋은건지, 월 납입비용은 과다하게 책정되어 있진 않은건지 확인해보지 아니할 수 없다. 그래서 일전에 좋은 정보를 많이 얻은 아정당에도 동일한 조건으로 엘지 퓨리케어 렌탈 견적을 올렸다. 5년 약정, 자가 관리로... 결과는 놀라웠다. 렌트리 앱에서는 즉시, 아정당에서는 몇 시간 뒤 몇 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렌트리에서는 지원금 40만원, 아정당에서는 약 20만원의 지원금을 준다고 확인했다. 아정당이 무려 20만원이나 지원금이 적었다. 저렇게 내 지원금을 절반이나 떼어가서 유튜브 컨텐츠 만들고 직원도 돌려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나보다. 나의 경우에 한해서 그렇다는 것이니 뭐 다른 제품이나 다른 계약은 또 다를 수 있다. 공익을 위해 공개한다.
직접 구매와 렌탈, 총 투자비용을 계산해보자.
렌탈 월 비는 39,900원 이었으나 6개월 50% 할인이 들어가며 별도의 설치비가 없고, 카드를 발급받아 30만원 이상 사용할 경우 월 1.6만원을 60개월넘게 할인받는 이벤트가 있어 해당 이벤트도 챙겼다. 롯데 엘지 구독 카드 인데, 필자는 롯데 카드가 있음에도 해당 이벤트가 가능하다는 이상한 답변을 받아 럭키였다. (원래는 40만원 사용시 1.3만원 할인) 이 모든 것을 다 포함하여 계산했을 때, 100만원정도의 가격으로 무상 AS와 교체필터 제공(자가교체)까지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약정이 끝날 때 쯤 다른 약정으로 옮겨타면서 또 지원금 받는 것은 덤. 이 정도면, 구독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렌트리를 통해 견적을 받아보고 직접 구매하는 것과 총 비용(TCO)을 계산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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