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행하고 있는 일 중 가장 의미 있는 일을 꼽으라면, 미니멀 라이프.
간단하게 말 해 집 정리다.
정리하면서 과감하게 버리기. 사실 필자는 물욕과 소유욕이 없는 편이라 온전한 내 물건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 보유하고 있는 아이 섀도우도 4개가 전부이니 이만하면 다른 설명이 뭐가 필요하리. 그렇지만 불행히도(?) 맥시멀리스트와 살고 있는 탓에 집은 물건들로 복잡하기 그지없다. 어질러진 남편의 방과 옷장을 보면.. 아니다, 그 방은 들어가고 싶지 않다. 그나마 지금은 넓은 집에서 살고 있어서 다른 공간이나마 깨끗하게 유지하며 이렇게 정신을 가다듬고 앉아 타자라도 쳐볼 심적 여유가 있으니 다행이다. 그래도 힘든 과거가 있었으니, 이전에 몸테크인지 뭔지 한다고 좁은 집에서 살 땐 마음이 항상 심란함 그 자체였다. 공간이 마음에 끼치는 영향이 이리도 클 줄이야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다시금 느낀다. 심지어 그 집에 살 때는 신생아를 키울 때라 아기 짐까지 더해 말 그대로 방 바닥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래도 적응이란걸 하는지 좁으면 좁은대로, 짐이 많으면 많은대로 물이요 강이요 산이요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지금에 와 다시 그렇게 살라고 하면, '이제는 나이도 먹었고'로 시작해서 그 집에서 살 수 없는 이유를 몇 가지 들며 거절할것 같다. 다행히 몸테크가 필요한 시절은 다 지나갔기도 하고.
미니멀 라이프는 이런 것이다. 한 번 이 길을 밟게되면 다시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
비단 물건이 줄어서 집이 넓어졌다의 단순한 얘기가 아니다. 물건을 비우는 과정에서 본질에 집중하는 사고가 형성되고, 비움을 행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결과적으로 개선된 환경에 효율과 창의성이 깃든다. 미신같지만 진실이다. 내가 미니멀 라이프를 살고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은 공수레 공수거이기도 하고. 진시황처럼 무덤에 다 싸묻고 갈거 아니잖는가?
이 물건을 버려야 할 것인가 놔둬야 할 것인가가 고민될 때, 기준이 될 몇 가지 질문이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 물건이 꼭 필요한 것인가?' 이다. 본질에 집중하는 사고와 관련된 것인데, 이를 테면 동일한 기능을 하는 물건을 이미 두개 이상 가지고 잇는 경우이다. 분명 처음 이 물건들을 샀을 때는 특별하게 다른 기능이 추가로 있다거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거나, 심지어 핫딜이라는 이유로 구입하거나 각자의 합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 이유들은 잊자. 인생도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는 것이 현명하다. 물건이 두개 이상이나 필요가 없다는 전제하에(숟가락은 여러개 필요하니까) 이제 둘 중 무엇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 보라. 마치 단발성 VS 게임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모든 물건에 대해 이런 직관적인 게임을 반복하다보면, 어느날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러간 소비의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꼭 필요한 물건만을 구입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더이상 교활한 마케팅이나 아름다움에 현혹되지 않고, 소비의 본질에 가까워 지는 구매 경험이다. 절제의 미덕을 실천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지난 몇 년간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물건이나,
앞으로 2년 내에 사용할 일이 없을 물건은 과감히 버린다.
물론 명품은 버리면 안된다. 당근으로 팔자. 특히 아기 용품의 경우 '둘째가 생기면 물려줄 수 있으니까'라는 이유나, '주변에 누가 출산하면 물려줘야 겠다'며 이고지고 사는 경우가 많은데 다 부질 없다. 아니, 둘째 낳긴 낳을거 맞아? 가족계획부터 돌아보시고, 만약 둘째가 정말 나온다고 해도 둘째는 첫째만큼 자질구레한 육아용품 따위 없더라도 충분히 잘 키울 수 있다. 사회에서도 경력자가 괜히 초임보다 급여를 더 받는게 아니다. 짬이라는게 있으니까. 주변에 육아용품 물려주는 것도 그냥 하지 마라. 구질구질하다. 새 거 사서 선물해주면 더 좋아한다. 만약 자원을 재활용하지 않는것 같아 죄책감이 든다면, 당근에 나눔하면 된다. 감사하다며 불티나게 가져간다.
물건을 버리면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도 미니멀라이프에 중독되는 크나 큰 이유다.
혹시 과거에 당신에게 뭣도 잘해주지도 않으면서 제멋대로 굴고, 괴로워서 막상 헤어지자고 하니 또 그것만은 절대 안된다며 거머리처럼 매달리는 구남친을 만나본적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진절머리나는 구남친과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헤어지게 됐을 때의 그 짜릿한 해방감을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다시금 느낄 수 있다. 내가 물건을 비우는 행위는 불필요한 정신적 소음과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것과 유사한 해방감을 준다. 생각해보라. 딱히 나에게 유용함을 선사하지도 않는데, 은행이 허락해준 귀중한 우리집 한 평을 늘 차지하고 있는 저 물건이, 헤어져 마땅한 최악의 구남친과 뭐가 그리 다른가? 나의 소중한 자리는 자격있는 자에게만 허락하자.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주변 정리를 함으로써 기분이 한 결 나아지는 경험은 다들 있을 것이다. 정리에서 나아가 불필요한 물건을 비우는 미니멀 라이프의 실천은 더 큰 상쾌함을 선사할 수 있다.
지속적인 미니멀리즘은 반드시 당신 주변 환경의 개선을 보장한다.
분명 지난주와 달라진 집안의 풍경과 이 집에서 보내는 휴식도 나름 가뿐해서 생각과 기분의 전환을 위해 따로 카페를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커뮤니티에서는 미니멀 라이프 간증 글들이 수시로 올라온다. 우리집이 호텔이라 따로 여행을 갈 필요가 없다. 집에 갑자기 손님(시어머니 포함)이 찾아와도 당당하게 맞이 할 수 있다. 이전에는 청소하는 데 한 시간이 걸리고 시작할 엄두가 안났는데, 이제는 10분이면 가능하다. 등 등. 무엇보다 정신을 치료하는데 이만한 특효약이 없다는 글들 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우울증이 오면 매일 샤워를 하라고 한다. 이와 유사하게 필자는 샤워를 우선 하고, 그 다음 비우기를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정신이 온전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비워진 공간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보면 반대로 머릿속은 채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례로 공부를 하기 위해 스터디 카페를 가는 경우가 많은데, 미니멀라이프를 산다면 스터디 카페를 가지 않고도 집에서도 엄청난 공부 효율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인생이 복잡할 수록, 일상은 더 심플해져야 내가 산다. 바쁜 현대인에게 집은 단순한 안식처가 되어야 옳다. 분초를 쪼개어 사는 워킹맘이라면 특히나 미니멀리즘이 당신의 인생 난이도를 한단계 낮춰 줄 수 있는 치트키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아직도 미니멀 라이프의 필요성이 납득되지 않는다면,
현실적인 당신에게 직관적으로 와닿는 얘기를 해보겠다.
당신이 거주하는 집의 평당 가격을 생각해 보라. 내가 미니멀라이프를 통해 숨어있던 한 평의 거실을 찾는다면, 내 삶은 매일 매일 그 가격만큼 가치를 더 누리며 사는 것이다. 무엇하러 그 값비싼 한 평을 짐짝에게 내어주고 사는가? 당신은 이렇게 물을 수 있다. "그럼 거실부터 정리하고 버리면 됩니까?" 그렇지 않다. 어느 공간이든 결론적으로는 거실과 응접실 공간을 확보하게 해준다. 필자는 어느 곳이든 마음가는 곳부터 정리하라고 말하고 싶다. 개수를 정해 1000개 비우기 챌린지를 실행하는 방법도 있고, 즉흥적으로 조금 조금씩 구역을 나눠 치우는 방법도 있다. 어떻게 시작하든 결과는 같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택하자.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남에게 보여주기 두려워하는 공간, 베란다 창고 공간 부터 정리한다고 생각해 보자. 아마 4년전에 두 번 사용한게 전부인 낚시대와 더이상은 사용하지 않는 스노우 보드 용품과 테니스 라켓, 왕자 행거가 분해되어 세워져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을 비우면 창고 공간을 정리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발 디딜틈이 생길 뿐만 아니라 작은 여백의 공간도 아마 생길 것이다. 그 공간에 거실에 비치해두었던 제법 큰 물건 하나를 옮겨 보관할 수 있다. 분명 처음은 창고 정리로 시작했는데 결론은 거실의 공간이 생긴다. 모든 공간에 대한 미니멀리즘은 이런 메커니즘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떤 공간을 비우건 결론은 내가 주로 생활하는 거실과 응접실이 더 깔끔해지는 결과에 다다른다. 그래서 어떤 공간부터 정리를 해야 할지 고심할 필요가 없다. 그냥 당신이 가장 정리하고 싶은 공간, 정리가 필요하다 생각되는 공간부터 시작하면 된다.
역사적 현인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진리가 있다.
비워야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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