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왜? 라고 100번 질문하는 아이. 질문지옥 대응하는 방법

by 참견하는 INTP 2025. 6. 18.
반응형
아이의 '왜?' 질문에 대답하는 법 - 리처드 파인만 영상에서 얻은 통찰

아이의 '왜?' 질문에 대답하는 법 - 리처드 파인만 영상에서 얻은 통찰

유튜브에서 우연히 리처드 파인만의 인터뷰 영상을 봤다. 제목은 "[리처드 파인만] '왜 자석은 서로 밀어내는가?'에 대한 답변"이었다. 사실 처음엔 단순히 과학적인 호기심에서 클릭했는데, 영상이 끝날 즈음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왜 그렇게 자꾸만 "왜?"라고 묻는지,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답하면서 내가 왜 점점 더 지쳐갔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아이들의 질문은 지식보다 공감이 먼저

아이들이 "왜?"라고 묻기 시작하는 그 시기는 정말 모든 게 궁금한 시기다. 사물의 이름을 알게 되자마자 그 다음으로는 원인을 캐묻는다. ‘왜 저건 저렇게 생겼어?’, ‘왜 그런 소리가 나?’, ‘왜 저건 하지 말라고 해?’ 그 질문에 대답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 자신이 시험받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단어 하나도 조심스럽다. 내가 당연하게 알고 있던 것들이 설명하려고 하면 설명이 안 된다. 그럴 때마다 느낀다. "아, 내가 이걸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구나."

파인만의 빌드업: 진짜 설명은 공유된 기반에서 시작된다

파인만의 대답 방식은 놀라웠다. 그는 자석이 왜 밀어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단순히 “전자의 상호작용 때문” 같은 과학 용어를 툭 던지지 않았다. 대신, "왜?"라는 질문이 성립하려면 그 질문자와 공유하는 ‘진리의 바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걸 설명하려면, 상대방이 그 설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된 기반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다. 아이가 물어보면 자꾸 짜증이 났던 건,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였다. 답을 알고 있어도 그걸 아이의 언어로 풀어내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결국 "모르겠어"라고 하거나, "그만 물어봐"라고 하는 건 내가 가진 지식의 깊이나 표현력의 부족이 드러나는 순간이었고, 그걸 인정하는 게 꽤나 불편했던 거다.

아이의 질문은 툭 튀어나오지만, 기회를 품고 있다

아이의 질문은 대부분 준비 없이 불쑥 날아든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내뱉는 거다. 나처럼 어떤 주제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정리하고, 그래도 풀리지 않을 때 질문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하지만 어쩌면 아이들의 질문이야말로 가장 본능적인 탐구의 시작일 수 있다.

대화가 가능한 사람은 빌드업을 기다려준다

파인만의 인터뷰를 보면서, 한 가지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전제가 필요한지를 다시금 느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전제를 하나하나 설명하려 하면 ‘왜 딴소리하냐’며 중간에 말을 끊는다. 내가 종종 대화가 안 된다고 느끼는 이유도, 아마 이 빌드업 과정이 서로 맞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영상에서 질문자는 끝까지 듣고 있었고, 파인만도 그걸 인식하며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그게 대화였다.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같이 알아가는 자세

요즘은 아이가 뭔가를 물어보면 "엄마도 잘 몰라, 우리 같이 찾아보자"라고 말하려고 한다. 내가 다 아는 척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알아가는 경험을 주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아이도 자존심이 있고, 나도 그렇지만, 그 자존심을 지키는 방식이 꼭 모든 걸 아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닐 수 있겠다고,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결론: 질문은 공유된 기반 위에서 자란다

‘왜?’라는 질문은 생각보다 무겁고 복잡한 질문일 수 있다.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질문자와 답변자가 같은 눈높이에서 같은 언어로 이야기해야 한다. 아이든 어른이든, 그 ‘공유된 기반’을 함께 만드는 것이 결국 소통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당신도 아이의 질문 앞에서 당황하고 있다면, 그 순간을 나의 무지를 드러내는 위기가 아닌, 함께 배우는 기회로 바꿔보자. 파인만처럼 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