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예보에 놀란 초보 캠퍼의 SNS 발견
밤에 잠이 오지 않아 그 날의 SNS 인기 게시글을 훑어보던 중 뜻밖의 게시글을 보게 되었다.
'이번주 돌풍 부는데 다들 캠핑 취소하시나요?'
캠퍼들이 모인 카페의 글이었다. 이번주 금~일 오토캠핑이 예정되어 있는데 날벼락 같은 게시글이었다. 댓글의 대부분은 20m/s면 취소해야 한다며 취소한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난생처음 캠핑카를 빌려 가족 캠핑을 가서 바닷물에 발도 담그고 해루질도 할 계획이었는데 다 포기해야하나 싶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그 캠핑 카페의 다른 게시글을 쭉 읽어보았는데 캠핑 초심자로서 잘 몰랐던 사실을 이번에 몇 가지 알게되어 아이와 캠핑을 도전하려는 또 다른 초심자 캠퍼들을 위해 간단히 기록해보려 한다.
캠핑 초보가 처음 깨달은 바람의 중요성
캠핑에는 바람이 중요하다. 혹시 바다에서 쭈꾸미 낚시를 해 본적이 있는가? 그때는 '물때'라는 개념이 가장 중요하다. 물때란 달의 인력에 의해 바닷물이 주기적으로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현상인데, 1~15물때 중 1~3물때가 조류의 흐름이 약해 쭈꾸미가 바닷속을 이러저리 돌아다닐 수 있어 낚시하기에 용이하다. 낚시대만 올리면 쭈꾸미가 1마리 2마리씩 올라오는게 바로 물때의 힘이다. 물론 바람 세기나 기온 등의 요인도 당연히 중요하나 일반적인 상식선상에서 충분히 이해할 말한 사실이니 상식선에서 대응하면 되지만 물때의 경우는 개념조차 생소하며, 낚시를 해본적이 없다면 물때를 염두하여 택일을 하지 않을 것이므로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쭈꾸미 낚시 처럼 캠핑은 '바람'이 중요하다. 캠핑 업계에 내려오는 유명한 지침이 있다.
캠퍼라면 알아야 할 <바람에 따른 캠핑 13단계>
1) 고요 (0~0.2 m/s) 즐거운 캠핑 되시겠습니다.
2) 실바람 (0.3~1.5 m/s) 즐거운 캠핑 되시겠습니다.
3) 남실바람 (1.6~3.3 m/s) 즐거운 캠핑 되시겠습니다.
4) 산들바람 (3.4~5.4 m/s) 풀팩 하시겠습니다..
*텐트를 고정할때 쓰는 정 같은 것을 팩이라 하는데 땅 속 깊숙이 최대로 박으라는 말이다.
5) 건들바람 (5.5~7.9 m/s) 이제 잠을 못자요..
*바람소리, 텐트 펄럭이는 소리, 숲의 나무가 휘어지는 소리 때문에 밤새 바람소음에 시달린다고 보면 된다.
6) 큰집바람 (8.0~10.7 m/s) 밤새도록 망치질 하십니다..
*텐트가 펄럭이며 팩이 땅에서 뽑혀 밤새도록 팩을 다시 땅에 박느라 망치질을 수없이 한다는 말이다. 생각만해도 몸살날 것 같다.
7) 된바람 (10.8~13.8 m/s) 이제 텐트 폴대가 휘어요..
8) 센바람 (13.9~17.1 m/s) 스킨이 찢어져 시원해요..
*??? 텐트 비닐천이 찢어진다는 소리 같다. 아 정말 시원하겠네
9) 큰바람 (17.2~20.7 m/s) 텐트랑 같이 공중부양해요..
10) 큰센바람 (20.8~24.4 m/s) 텐트를 버려야해요..
11) 노대바람 (24.5~28.8 m/s) 자연과 싸워야합니다..
12) 왕바람 (28.9~32.6 m/s) 생을 마감할수있어요..
13) 싹슬바람 (32.7~ m/s) 천국에 있을껍(겁)니다...
현실감 넘치는 풍속 단계와 감성적 묘사
참고로 코멘트는 점 하나까지 그대로 원문을 옮겨왔다. 사태가 심각해질수록 점의 갯수가 늘어 13단계에서는 점이 세개가 되는 모양새도 인상적이다. 원작자의 지난 수많은 경험과 일어나지 않았지만 예측가능한 상황에 대한 진심어린 우려가 느껴진다. 참고로 캠핑을 할 때는 바람의 세기 중에서도 평균 풍속이 아닌, '최고 풍속'이 중요해서 최고 풍속 기준으로 위 13단계표를 참고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세차게 부는 바람에 텐트가 날아가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예민한 아기와 함께 캠핑을 갔는데 바람이 건들바람이다? 그날 밤 꼬박 샌다고 보면 될것 같다. 바람소리가 무섭다며 찡찡거릴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바람 예측을 위한 필수 앱, '윈디(Windy)'
바람 세기를 확인하는 방법은 "윈디" 라는 앱을 설치하면 된다. 아이폰에도 있는 앱이며, 앱스토어에서 검색했을 때, 동일한 이름의 해양 관련된 앱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게 아니라 다운로드수가 더 많은 앱을 다운받으면 된다. 지도그림에서 원하는 위치를 핀셋 선택할 수 있으며, 가까운 수일 내의 시간대별 강수량과 평균풍속, 순간최대풍속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물론 정확도는 보장 못한다. 하지만 표준분포의 개념을 적용(응용)해서 해석하면 날씨와 바람을 짐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캠핑카페의 고수캠퍼들이 애용하는 앱이다.
22m/s 강풍 예보와 캠핑의 현실
앱에서 확인한 이번주말 안면도의 날씨는 금~일 중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밤이 최악이었다. 시뻘건 색상으로 자정 무렵엔 "22 m/s"까지 수치가 높았다. 카페에서도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캠핑 가야 하냐 말아야 하냐 그 새벽시간에도 문의글은 문전성시였다. 대다수의 댓글에서, 바람을 막아주는 특별한 지형적 조건이 없고 특히 뻥뚫린 바다 지역이면 안가는게 낫다는 말이 많았다. 일부 고수 캠퍼들은 비바람에 강한 이글루형태의 텐트를 가지고 갈 계획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밖에서 뭘 해먹는다거나, 그늘막을 친다거나 그런건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캠핑카를 가지고 가서 캠핑카에서 자고, 원터치 텐트를 옆에 펴놓고 고기도 구워먹고 할 계획이었는데 바람이 22m/s라고 하니 원터치 텐트는 꺼내자마자 연처럼 하늘높이 날아갈 것이고, 고기는 차 안에서 구워먹어야 할 판이었다. 그보다 자다가 차가 전복되는거 아닌가 심히 걱정이 되었다.
캠핑장 사장님의 현실적 조언
다음날 아침, 9시가 되기를 기다려 필자가 예약한 병술만 캠핑 사이트 사장님한테 전화를 했다. 처음 캠핑을 가려고 하는데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이다 라고 하니, 사장님은 대뜸 캠핑 처음이면 취소하라고 말씀하셨다. 안면도에 이번주 목~금 동안 100ml 넘게 비가 올 예정이라 우중캠핑 즐겨하는 사람 아니면 안하는게 낫다고 하셨다. 차라리 토요일 오전부터는 비가 그친다고 하니 토요일에 오라고 친절히 알려주셨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도, 원래 그 캠핑장이 바닷가 바로 앞에 해송나무 쪽에 있는 캠핑장이라 파닷물에 발도 담그고 게도 잡고 그런 재미가 있는 곳인데, (실제로 비용을 지불하고 근처에서 해루질 용품을 빌릴 수도 있다.) 날씨가 저러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마 아쉽지만 금요일은 다른 곳에서 저녁까지 캠핑카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잠은 집에서 자고, 토요일 아침 일찍 병술만 캠핑장으로 출발해서 1박하는 일정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결론: 초보 캠퍼에게 주는 교훈
2박 3일을 꼬박 해안에서 보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잠깐 들긴 했지만, 그래도 금~일 주말 3일 중 이틀이라도 맑은 날씨를 누릴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족 캠핑이 예정된 초보캠퍼들은 꼭 윈디 앱과 캠핑 13단계를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