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댓가 없이 솔직하게
요즘 맛집이나 제품 리뷰를 검색하려고 하면, 분명 제목에 '내돈내산'이라고 써있어서 클릭했는데, 알고보니 소정의 수수료나 식사권을 받고 대가성으로 쓴 리뷰일때가 많아서 김이 팍 샐 때가 참 많다. 더군다나 그런 광고성문구는 꼭 글의 제~~~일 마지막에 쪼그맣게 써놓더라! 그런 글들을 볼때면 저렇게 제공자로부터 대가를 받은 기브앤테이크 관계에서 솔직하고 유용한 리뷰가 나올리 만무하기에, 그 글을 읽은 나의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지곤 한다. 필자는 단 돈 몇 푼 때문에 어떤 것에 대한 나의 즉각적인 생각과 신념을 표현하는 것을 일부라도 포기할 마음이 없다. 이 글 역시 내가 내 카드로 사서 내 맘대로 쓰는 제품 후기이다.
결혼한지 십년이 넘었건만, 별 그지같은 그릇을 십년 넘게 쭉 써오고 있었다.
어디 LH 같은 곳에서(LH가 별 그지같은 회사라는 뜻은 아니다) 사은품으로 들어온 신혼 그릇세트를 혹시 아는가? 꽃과 벌레가 그려진 엄마들의 애장템 포트메리온처럼 두껍고 묵직한 그릇은 아니고, 가볍고 쨍쨍거리는 코렐처럼 가볍지도 않은, 다이소에서 많이 파는 그런 민무늬 하얀 그릇 세트를 10년째 써오고 있었다. 그동안은 직장을 다니고 아이도 없었던 터라 집에서 식사 다운 식사를 할 기회가 많이 없었고 그럴 에너지도 없었기에 아무 불만없이 잘 써오고 있었다. 손 씻는 비누가 어디 브랜드이든 얼마짜리든 별 상관 안하지 않는가? 그 당시 필자에게는 그릇이 딱 비누 같은 느낌이었다. 깨지지 않으면, 이가 나가지 않으면 그냥 별 생각 없이 쓰는 생필품인 셈이다. 심지어 어떤 그릇은 이가 나가도 계속 사용하기도 했다. 이 나간 그릇을 쓰면 복 나간다는 어르신들의 옛 속담이 있지만, '어디 한 번 진짜 그렇게 되나 두고 보자' 하는 오기와 짖궂은 마음 반, 다시 사야하는 귀찮음 반 정도의 마음이었던것 같다.
요리라는 것을 하게되면서 그릇 욕심이 생겼다.
필자의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환경이 바뀌면 마음이 그에 적응한다. 휴직 생활이 길어지고 아이도 키우게 되면서 가정에서 주부의 역할을 조금씩 해오고 있다. 요즘 쇼츠에는 쉽고 간단한 요리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아무리 초짜라도 어떤 요리든 가능하다. 무엇보다 시판 굴소스와 생강청 브랜드를 잘 고르면 어떤 요리든 절대 실패할 수 없는 "불사의 쉐프"가 될 수 있음을 깨달은 뒤로 요리에 있어서 실패해 본 적이 없다. 가히 치트키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살다보니 그릇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수 개월동안 필자의 입맛에 맞는 그릇을 찾느라 긴 시간을 허비했다.
결정 할 수가 없었다. 단언컨대 포트메리온은 싫었다.
수개월째 그릇을 찾아 고민하는 필자에게 엄마는 계속 포트메리온을 추천했다. 5060 엄마들이여, 왜 그렇게 포트메리온에 집착하시는가? 꽃 그림은 질색이다. 아이는 할머니집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그릇에 있는 나비와 곤충을 찾으며 신나 하지만, 나에게는 아무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혐에 가까웠다. 식탁에 벌레라니...
자칭 그릇에 미친 사람에게 그릇 추천을 부탁하니, 시라쿠스 브랜드를 추천해주었다.
잘 몰랐던 그릇 세계를 알게되었다. 전통있고 호텔체인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브랜드라고 해서 믿음이 갔다. 백색의 민무늬 뉴욕 라인부터 해서, 신혼부부들이 많이 쓴다는 메이플, 그밖에 다양한 라인업이 있었다. 뉴욕을 살까 했는데, 조금더 깜찍한 메이플 라인으로 사기로 했다. 믹스드 컬러로 파는 판매자가 있어 그쪽을 통해 2인 세트를 구입했다. 식탁에 올려보니 무난했던 식탁에 나름 재미가 더해진다. 하지만 믹스드컬러로 구입하다보니, 흐리멍텅한 색깔의 몇몇 그릇이 다소 불만스러워 추가로 그릇을 몇 개 더 구입하기로 했다.
이피 브랜드와 콜라보한 버전을 발견하고 그 깜직함에 놀랐다. 내가 찾던 그릇인데!
몇 년 전 더현대서울에서 팝업으로 깜찍한 그릇을 봤던 기억이 되살아 났다. 분명 다른 그릇인데, 비비드하면서도 깜찍하고 엉성한 캐릭터가 시라쿠스의 단정함과도 잘 어울린다. 애초에 이 버전이 있었다는걸 알았다면, 진작부터 이걸로 살 걸! 아쉽기도 했다. 6종 세트로 바로 구입했다. 사은품까지 얹어주고, 추후 출시될 총 28가지를 모두 구입하면 그릇장을 제작해 준다는 문구도 있다. 그릇장을 갖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사람이 3명인데 그릇이 저렇게 많아도 되나? 살짝 미리 걱정도 해본다. 완두콩 대접시는 하나 더 구입했다. 어른이 두 명인데 같은 대접을 두개 올리면 더 안정감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받아보니 칼라도 쨍한 칼라로만 구성되어 있고, 그림도 귀엽다. 머그컵은 사실 집에 넘쳐나는게 머그컵이라 구지 구입할 필요가 없었는데, 귀여워서 구입했다. 혼자 브런치 먹을때 기분이라도 내려고. 식세기에 매일 돌려도, 전자레인지에 돌려도 괜찮다. 아주 편하다. (편한게 제일 중요해!)
만족스러운 내돈 내산 템이다.
다만, 아직도 커트러리는 결정하지 못했다.
가장 유명한 커트러리인 사브르 제품은 식기세척기에 돌리면, 아크릴이 휘어서 뜬다는 얘기를 듣고 난 뒤, 마음에서 아예 지워버렸다.
식기세척기 팍팍 돌릴 수 있는, 그릇과 잘 어울리는 커트러리를 애타게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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