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육 하던 아기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변한 것
가정보육을 오래 했던 이유
우리 아기는 31개월까지 가정 보육을 했다. 마음같아서는 36개월까지 가정보육을 하고 싶었지만,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아기들이 빠르면 생후 6개월, 늦어도 두 돌 전에는 대부분 어린이집을 다니기 때문에 필자는 제법 오래 아기를 가정에서 부모가 온전히 보육한 셈이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아기가 어린이집에 가면 엄마와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했었고, 나도 생후 36개월 이전에는 아기가 부모와 어떤 애착 관계를 맺는지가 아기의 전 생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좋은 애착관계란 당연히 그 퀄리티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애착의 양(퀀티티)도 중요할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기도 했다. 그리고 36개월이 지나야 대상영속성이라는 개념이 아기에게 생기기 때문에 아기가 엄마와 떨어져도 시간이 지나면 엄마가 다시 나를 찾아온다는 점을 받아들이게 되어 낯선 곳에서의 적응이 더욱 쉽기도 하다.
어린이집 등원 후 달라진 점
이런저런 이유로 30개월이 지나 아기가 어린이집을 가서, 지금까지 잘 적응해오고있다. 그런데 가만히 관찰해 보니 아기가 어린이집을 다니게 된 후로 몇가지 특성이 좀 변하게 된 듯 하다.
1. 식사 습관의 긍정적 변화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밥을 잘 먹는다. 필자의 아기는 매우 예민한 성향을 타고 난 아기이다보니 항상 식욕이 적고, 구강감각이 예민하면서 동시에 맛도 민감하게 느끼고 새로운 맛을 처음에는 거부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아기들보다 분유도 적게 먹고, 유아식 또한 잘 먹지 않고 식사자리에서 일찍 이탈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아무래도 성장기 아기이다보니 한 숟가락이라도 아기가 더 먹었으면 하는 마음에 식사 자리는 실랑이가 끊이지 않았고, 먹이려는 부모도, 먹기 싫은 아기도 모두 괴로운 시간이 반복되었었다. 하지만 그런 아기도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적극적으로 식사를 하는 아기로 변화했다.
어린이집에서 아기를 집으로 데리러 가면 인계해주시는 선생님께서, "오늘 아기가 점심 식사를 아주 잘 했어요" 하고 식사시간에 대한 피드백을 주실때마다 너무 놀랍고 다행이라 느낀다. 아무래도 어린이집에서는 잘 먹는 친구들이 많이 있으니, 자기도 친구들에게 뒤쳐지고 싶지 않아 열심히 식사를 하는 모양이다.
심지어 누가 떠먹여 주지 않아도, 혼자서 숟가락, 포크를 사용해 주어진 양을 다 먹고 온다고 하니,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2. 감정 표현 방식의 변화
반면 당황스러운 변화도 있다. 아기가 떼를 엄청 부리기 시작했다. 원래 필자의 아기는 예민하지만 순한 아기였다. 장난감 가게를 가거나, 선물가게에 가더라도 물건을 흥미있게 관찰하고 좋아하기만 하고, 무엇인가를 사달라고 떼를쓰거나 울어버리는 행동을 한 번도 한적이 없는 아기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에 드는 장난감이 있으면 사달라고 떼쓰고, 안된다고 하면 서럽게 엉엉 울어 버린다.
물론 운다고 해서 장난감을 사주게 되면 버릇이 나빠지기 때문에, 처음에 아기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요청을 하면 답변을 신중히 해야 한다. 아기가 심하게 울더라도 절대 장난감을 사주지 않을 자신이 있을 때만 "안돼" 하고 엄격하게 말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웃으며 사주거나, 화제를 최대한 다른데로 돌려 그 곳을 재빨리 벗어나는 전략이 최선이다. 물론 실패할 때도 있다.
3. 동요 부르기 등 귀여운 변화
그리고 귀여운 변화도 있다. 아기가 걸어가면서 어설픈 발음으로 동요를 크게 부른다. 이게 정말 너무너무 귀엽다. 원래도 필자는 자가용을 타고 가족끼리 여행을 가거나 할때, 동요를 불러주곤 했었는데, 그때도 좋아하면서 웃곤 했었는데, 이렇게 뜬금없이 길을가다가 동요를 부르거나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는 길을 걸어가면서 기분이 좋을 때마다 좋아하는 동요를 서너곡 부르면서 걸어간다. 작은 비트박스 같다. 어린이집에서 동요를 많이 배웠는지 이제는 내가 모르는 동요를 부를때도 있는데 너무 신기하고 기특하게 느껴진다.
4. 어린이집 생활에 대한 전반적 만족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필자에게 보내주는 사진들을 보면, 아기는 크게 웃고 있는 모습이거나, 수업 활동에 집중해서 참여하는 모습이다. 우울해 하거나 멍한 표정은 한 번도 보지 못한걸로 봐서는 어린이집 생활을 아주 잘 하고 있는 모양이다.
특히나 어린이집 친구들과 다같이 모여 수업 활동을 하는 도중에 촬영한 사진들을 보면, 우리 아기가 가장 최고로 몰입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노는 방법도 배우고, 스스로 하는 것도 하나, 둘 늘어가는 모습을 보면 어린이집에 보내길 잘 한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