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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로육아] "친구가 내꺼 장난감 달라고 할 것 같아요" 걱정 많은 아기 걱정 잠재우기

by 참견하는 INTP 2025.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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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걱정 표현, 단순한 말로 넘기지 마세요

예민한 아기를 키우는 부모는 (아기들이 성장하여 제법 말을 잘하게 되면) "걱정"과 관련된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작년에 우리 아기가 제일 많이 했던 걱정은 "친구가 내 거 장난감 달라고 할 것 같아요"였다. 나는 처음에 저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그저 '아 ~ 우리 아기 눈에 저 친구는 장난감에 욕심이 많아 보이는가 보네, 아이 귀여워 ^_^'라고만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무지한 시절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문뜩 생각해 보니, 유난히 아기가 저런 비슷한 말을 떠듬떠듬거리며 참 많이도 하는 것이었다. 조금 이상하게 느껴 상황을 고려해 좀 더 아기를 관찰해 보았다. 아 그랬더니, 공통점이 있었다. 키즈 카페나 백화점 장난감 판매 코너에 비치된 비싼 기차 장난감 있지 않은가? 브리오라고, 테이블 포함 클래식 세트가 100만 원이 넘는 아주 고오급 기차놀이 말이다. 가격 보고 욕하다가 그래도 레일 위에서 굴려보면 원목의 촉감이 아주 따스하고 고급스럽게 레일 위로 미끄러지는 그 명품 브리오 기차놀이, 그 기차놀이를 하고 있을 때 특히 그 말을 많이 했다. 브리오 기차놀이를 하려면 주말에는 조금 과장을 보태서 말하자면,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갖고 놀아야 할 정도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보통 테이블 주변을 아기들이 빙 둘러싸서 각자 한두 개씩 자동차나 기차 한 칸을 가지고 놀곤 한다.

아기의 불안 신호를 알아차리는 순간

처음 지후가 그 말("친구가 내꺼 장난감 달라고 할 것 같아요")을 한 그날도 예외 없이 브리오 테이블은 만원이었는데, 우리 아기의 옆에 있는 비슷한 또래의 다른 아기가 우리 아기가 놀고 있는 기차 두 개중 하나를 뺏아 가는 거였다. 이전까지 우리 아기는 순한 편이라 다른 아기를 해코지하거나, 다른 친구의 장난감을 뺏아오지 않을뿐더러, 뺏기더라도 잠시 멈칫할 뿐 아무렇지 않은 듯 그냥 놀던 거 그대로 놀곤 했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친구가 내 거, 달라고 할 것 같아요"라고 나에게 말을 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그리고 또 잠시 후에도 그 말을 반복했다. 그것은 아기가 나에게 불안하다고 외치는 소리였다.

나는 처음에는 그게 아이의 "불안"의 표현인지 미처 캐치하지 못해 아이의 불안을 잘 다스려 주지 못했던 것 같다. 그저 "아니야~ 친구 이제 안가져가. 걱정 안 해도 돼" 정도로만 계속 얘기해 줬는데, 지금 생각해도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불안한 아이에게는 그런 말보다 더 필요한 부모의 말이 있다. 바로 <감정 헤아려 주기>와 <안심시키기>, 그리고 <불안한 예상이 늘 일어나는 건 아니라는 사실 인지시켜주기>다. 이 세 가지는 반드시 순서대로 얘기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아 친구가 OO가 갖고 놀고있는 장난감 또 가져갈까 봐 걱정되는구나? 에구 그래, 걱정될 수 있겠다 그렇지?
근데 봐봐, 친구가 이제는 OO 거 안 가져간대~ 안심해도 돼.

(시간이 좀 흐른 후) 어? OO야 아까 친구가 장난감 가져갈까 봐 걱정했었는데 안 가져가서 재밌게 잘 놀았네 그렇지?

걱정하는 일이 모두 다 일어나는 건 아니니까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불안 예방을 위한 사전 준비도 중요해요

좀 유난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내가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고 공부한 결과, 저런 3단계 방식으로 아이의 불안을 관리해 주는 것이 전반적인 불안함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어떠한가, 내 아이에게 이 정도 베네핏이 있다면 저렇게 4 문장쯤이야 얼마든지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물론 사전에 불안함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아기가 직면할 상황에 대해 미리 알려줘서 아기가 마음의 준비 혹은 예상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이다. 물론 이 방법은 아기가 어느정도 인지가 발달하고 청취가 잘 될 때나 가능한 방법이다. 내가 읽은 어떤 예민한 초등학생의 부모는 아이가 새로운 곳을 가게 될 예정이면 일주일 전부터 틈틈이, 자세히 일러준다고 한다. 그러면 엄마를 덜 찾고 덜 불안해한다며 말이다.

어제 우리 아기가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길에 이런 얘길 했다. "엄마가 데리러 안 올 것 같아요." 아기는 나와 같이 걸어서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길에 자기 속마음을 많이 털어놓는 편이라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아이에게 몇 번의 질문을 거듭해(흡사 스무고개 미니버전) 정확한 뜻을 알아내려 노력하였고, 안심시켜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무래도 우리 아기는 하원시간이 다가올 때쯤이면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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