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기 6개월부터 시작한 방문 수업
필자는 아기가 6개월이었을 때부터 사교육을 시작했다. 말이 사교육이지 뭐 거창한 것은 아니고 집으로 선생님이 오셔서 30~40분 정도 아기를 앉혀놓고 촉감 놀이 같은 간단한 수업을 해주시는 방문 수업이었다. 6개월이면 아기가 혼자 꼿꼿하게 앉아 있을 수도 없을 때라서 매 수업 때마다 내가 무릎에 아기를 앉혀놓고 같이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무슨 6개월부터 과외 수업을 시키나 유난이네 싶을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 내가 거주했었던 지역이 학군지여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방문수업을 받기 위해 몇 개월 전부터 신청해서 오랜 대기 끝에 겨우 빈자리가 하나 생겨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심지어 아기를 위한 방문 수업이 여러개가 있는데, 그 중 한 군데만 연락을 받았고, 나머지는 더 몇 개월이 지나서야 자리가 났다고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영유아를 위한 방문 수업이 아주 인기라는 말이다. 수업이라고 해서 가나다 한글을 배우고 영어를 배우는 것은 아니고, 두부 으깨기 놀이를 한다거나, 물감 핑거페인팅을 한거나 하는 촉감 놀이 위주의 수업이라 나쁘지 않다. 오히려 촉감놀이는 뒷처리가 너무 힘들어서 집에서는 잘 안해주게 되는데, 이런 방문수업은 선생님이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아주 깔끔하게 해주셔서 엄마는 넋놓고 있다가 마지막에 선생님이 건내주시는 돌돌말린 비닐을 쓰레기통에 넣기만 하면 끝난다. 얼마나 편리한가! 아무튼 아기 방문 수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위해 필자가 받았던(정확히는 필자의 아기가 들었던) 방문 수업에 대한 간단한 리뷰를 남겨보겠다.
2. 히히호호 수업과 생태 체험의 인기
아기 방문 수업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히히호호 라는 수업인데, 원래는 돌이 지나야 수업을 할 수 있는데, 나같이 일찍부터 방문수업을 문의하는 부모들이 많다보니, 히히호호 똘망베베라고 6개월 아기를 위한 수업 과정이 새로 생겼다고 했다.
히히호호는 다른 방문 미술 수업과 다르게 "생태" 수업이 월 1회씩 포함되는데, 선생님이 채집통에 살아있는 장수하늘소를 데리고 와서 구경 시켜 준다거나, 개구리를 데리고 오신다거나 하는 식으로 생물을 보여주는 시간이 있어 특히나 인기가 많다.
3. 만족도 높았던 오감브레인 수업
하지만 내가 정작 가장 좋았던 수업은 오감브레인 이라는 수업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수업이 있는지도 몰랐으나, 히히호호는 당시 6개월 아기는 수업을 받을 수 없다고 해서 따로 검색해서 알게된 방문수업이었는데, 생태 관련 수업이 없다는 것만 빼면 히히호호와 비슷했다.
시간이 오히려 40분으로 더 길어서 아기만 괜찮다면 더 좋은것 같기도 하다. 히히호호를 30분 정도 하다보면 꼭 시간이 아쉽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문수업은 선생님이 정말 제일 중요한데, 내가 배정받은 선생님은 정말 최고의 선생님이셨다.
그래서 오감브레인 수업을 계속 들었고, 아쉽게 타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수업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는데, 너무 아쉬웠던 나머지 스토커처럼 선생님 성함까지 여쭤보는 짓을 하게되었다. 나중에 다시 이사오게되면 그 선생님으로 배정해 달라고 본사에 떼 쓰려고 말이다.
4. 새로운 도전, 쁘레네 체험 수업
오감브레인이 너무 만족스러웠던 나머지, 필자는 방문수업을 하나 더 신청해 보기로 했다. 검색 끝에 쁘레네라는 수업이 있어 체험수업을 신청해 보았다. 쁘레네는 히히호호나 오감브레인과는 조금 목적이 다른데, 전자가 촉감놀이 중요도가 높다면, 쁘레네는 애착과 언어, 말이 트이는데 좀 더 포커싱된 수업이었다.
그리고 히히호호나 오감브레인이 몸을 크게 쓰고 밝은 분위기의 수업이라면 쁘레네는 사부작 거리는 느낌으로, 조용하게 관찰하고 선생님이 이끄는대로 만져보고 하는 식의 수업이었다. 그러다보니 쁘레네의 경우 선생님의 역할이 매우 많이 중요하다.
체험수업으로 오신 분은 정말 수업을 잘 하셔서 아기도 집중해서 수업에 참여를 했는데, 나는 그 모습에 홀려 쁘레네를 계약할 뻔 했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초심을 되새겨 촉감놀이를 위한 수업을 선택하자며 스스로를 다독여 계약은 하지 않았다.
5. 히히호호 수업 재도전과 깨달음
그러던 중 아기도 이제 돌이 되었고, 히히호호에서도 연락이 왔다. 수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히히호호 수업도 추가로 신청하게 되었다. 히히호호 수업은 체험 수업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등록해야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귀중한 방문수업 선택하는 팁을 깨닫게 된다. 핵심은 어떤 종류의 방문수업을 듣드냐가 아니라, 어떤 선생님이 걸리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6. 선생님의 중요성과 수업 중단 사례
선생님이 왜 중요하냐면, 나도 알고싶지 않았지만 알게 될 수밖에 없게되었는데, 필자가 배정받은 선생님은 아주 수줍음이 많으신 분이었다. 아기의 눈높이에서 동작과 말을 해야 아기도 몰입해서 즐겁게 하는데, 이 분은 본인이 아직 히히호호 교사에 페어링이 안되신건지 매 수업마다 너무 부끄러워 하셨다. 보는 내가 다 수줍을 정도였다.
그래도 열심히 하셨고, 히히호호가 확실히 오감브레인보다 수업 도구 같은게 퀄리티가 좋고 다양한점은 눈에 띄었다. 근데 그럼 뭐하나, 아기는 어느정도 자리를 지키다 수업 마지막쯤에는 자리를 이탈했다. 선생님이 즐기지 못하니 아기도 몰입이 안되는 듯 했다. 오감브레인 수업을 들을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렇게 오랜 시간 기다려 신청했음에도 히히호호 수업을 드랍할 수밖에 없었다.
7. 이사 후 다시 찾은 오감브레인 수업
타지역으로 이사와서도 오감브레인의 좋은 기억 때문에 다시 오감브레인을 신청해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한 번의 뼈아픈 경험이 있었던 탓에, 신청하기 전 선생님께 필자는 선생님이 수업을 잘 하시는 분이셨음 좋겠다고 당부를 드렸다.
선생님께서는 본인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뭐하지만 본인은 수업 되게 잘 한다고 말씀하시어 급 안심이 되어 수업을 신청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수업시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기를 두번이나 반복하셔서 나는 수업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8. 결론: 방문수업의 핵심은 선생님
오감브레인이라고 해서 선생님이 다 좋은 것도 아니고, 히히호호라고 해서 선생님이 다 별로인것은 절대 아니다. 지금은 타지역에서 히히호호 수업을 듣는데 열심히 하시는 좋은 분을 만나 1년 넘게 수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좋은 선생님을 복불복이 아니라 확정적으로 만나고 싶다면, 아무래도 지인을 통해 그 선생님 연락처를 직접 받는 방식으로 개별 연락을 하는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아무튼 명심하자, 어떤 방문수업을 듣는지가 아니라,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가 정말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