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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로육아] 아기 이유식 물 먹이기 (물 종류, 빨대 종류와 사용법)

by 참견하는 INTP 2025. 5. 16.

아기 물 먹이기, 빨대컵까지의 고민기록 (육아, 이유식, 빨대컵)

아기가 이유식을 시작하면 비로소 물을 먹이기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물을, 어떤 도구로 먹이는지가 생각보다 복잡하고 고민스러운 일이다. 이 글은 생수를 끓여 식히는 방법부터 빨대컵을 고르기까지, 실제 육아 경험 속에서 겪은 고민과 선택의 과정을 정리한 후기이다. 초보 부모라면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사례가 담겨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1. 어떤 물을 먹일 것인가: 생수, 정수기, 보리차?

아기가 무럭무럭 자라 드디어 이유식을 시작할 시기가 되면, 비로소 물을 먹이기 시작하면 된다고 한다. (놀랍게도 이 이전까지는 아기는 별도의 물을 먹이는 게 오히려 안 좋다고 하는데,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혹시 영유아 가정이라면 이 점도 유의하자.) 물 종류는 크게 일반 물이 있고, 보리차와 같은 차 종류가 있는데, 웃기지만 이것 또한 아기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고민이 된다. 단순히 물을 먹이는 일일 뿐인데, 일반 물을 먹어야 하나? 끓인 차를 먹어야 하나? 일반 물은 정수기를 써야 하나? 생수를 사서 먹여도 될까? 와 같은 끝없는 고민과 질문이 따른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공부를 배우듯 육아를 체계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는 터라 불안함과 자신감부족 탓인 것만 같다. 간단한 연구 끝에 나는 생수(삼다수)를 끓인 후 식힌 물을 먹이기로 결정했다.

물론 우리 엄마는 아기에게 보리차를 먹여보라고 줄기차게 잔소리 하셨다. 포대기를 써 보라는 잔소리에 이어 두번째 귀딱지가 앉았다. 하지만 나는 꿋꿋하게 일반 물을 먹이기로 결정했는데, (물론 포대기도 쓰지 않았다.) 보리차가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의학적으로 보더라도 주목할만한 이점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굳이 태운 보리를 우려낸 물을 아기한테 먹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과거 부모님이 아기이셨던 시절에는 물에 사는 해로운 균들이 많았기 때문에 끓인 물을 먹음으로써 국민 보건이 크게 향상되었고, 이를 견인한것이 보리차나 결명자 같은 차 종류를 끓여 식수로 먹는 것이 권장되었던 건 맞다. 하지만 이제는 수돗물을 별도의 정제 과정없이 그냥 마셔도 된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로 가정에 보급되는 수돗물 퀄리티가 올라갔기 때문에 불필요한 얘기다. 물론 그렇다고 수돗물을 그냥 먹어도 된다는 말을 100% 신뢰할 만큼 어리숙한 사람은 드물어서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이 정수기 물을 마시거나, 생수를 사먹거나 하고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이라 아직 6개월 쟁이인 아기에게는 생수를 한 번 끓여서 식힌 물을 주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했고, 편의상 그냥 분유물로 쓰던걸 그냥 계속 주고 있다. 그나마 삼다수가 물 맛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생수에도 맛이 있다. 다들 알지?) 아기도 물을 참 잘 먹는다. 다행이다. 하지만 고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 어떤 컵으로 먹일 것인가: 일반 빨대컵 vs 첫걸음 빨대컵

빨대컵에 줘야하나? 그냥 처음부터 컵으로 먹는 연습을 시킬까? 나중에 팩 우유를 먹일 것을 생각하면 빨대컵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빨대컵으로 줘보기로 한다. 그런데 빨대컵으로 주려고 해도 추가적인 질문이 따라온다.

무슨 빨대를 써야하지?
입문용 빨대를 꼭 써야하나? 추빨대는 뭐가 다른 거지? 젖꼭지 모양으로 된 빨대도 있던데?

1. 일반 실리콘 빨대를 시도해 봅니다.
하이비 더블하트 그로미미 모윰 유미 호환 2단계 간편교체용빨대세트 2P_2세트, 2세트를 구입했다.

혹시 우리 아기는 천재라서 일반 빨대로도 빨대 사용법을 마스터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뜩 들어, 교체용 실리콘 빨대를 구입해서 기존에 쓰던 작은 유리젖병에 젖꼭지 대신 끼워 줘 보았다. 하지만 처음 빨대컵을 아기 손에 쥐어주면 젖꼭지랑은 다른 생김새 때문인지 구강기와 이앓이 때문인지 죄다 잡아서 입에 쑤셔 넣고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다. 거기다 대고 "쪽 빨아먹어!!" 라며 아무리 외쳐대고 입술을 모아 과장된 모션으로 설명을 해줘도 아기는 도무지 알아먹질 않는다. 어쩌다 한두번 쪽 빨아먹어도 아기가 의도를 가지고 세게 반복적으로 빨아들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물이 빨대끝까지 꽉 차올라 입까지 닿기는 쉽지 않고, 닿더라도 운좋게 한 두 번 닿은 것이라 빨대를 능숙하게 사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며칠 시도해 보았지만 아기는 그저 빨대를 질겅 질겅 씹는 것에 가장 만족한 듯했다.

2. 이대론 안되겠습니다. 첫걸음 빨대컵을 검색해 구매하기로 합니다.
릿첼 AQ 첫걸음 머그 스텝업 세트 150ml, 핑크, 1세트를 구입했다.

이거 쓴다고 뭐 크게 다르겠어? 하고 큰 기대 없이 구매했는데, 확실히 이거 쓰면 2-3일만에 빨대 사용법을 마스터할 수 있었다. 왜 그런가 하고 자세히 봤더니 처음 썼던 실리콘 빨대에 비해 엄청나게 부드러운 실리콘이고 (일본이 실리콘 기술이 좋음) 컵과 컵 뚜껑이 반밀폐 구조라서, 컵 뚜껑을 조금만 꾹 눌러줘도 빨대로 물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게끔 구조가 되어 있다. 그래서 아기가 빨대를 물고만 있을때, 어른이나 아기가 타이밍 맞춰 뚜껑을 살짝만 눌러주면 아기의 입안으로 물이 콸콸콸 들어간다. 아기는 깜놀해서 물을 쏙 들이켜고 성공. 그렇게 마중물 역할의 선순환 구조로 두어 번만 경험시켜 주면 빨대컵의 원리를 익힐 수 있다.

다만 이 컵의 단점은 이 컵을 너무 오래 아기 손에 쥐어주면, 아기가 뚜껑을 뒤집어 까서 집안이 물바다가 된다. 적당히 사용법을 익혔다 싶으면 가차없이 손에서 컵을 빼앗아주자. 정말 사용 기간이 2-3일 정도밖에 안되는 짧은 물건이지만 있으면 손쉽게 빨대 사용법을 배우기 때문에 있긴 있어야 할 것 같다. 전체가 실리콘이라 짧은 열소독은 가능하기 때문에 저렴하게 당근마켓에서 구매하고 소독해서 사용하는 걸 추천한다. 아니면 새거 사서 쓰고 당근하시던가요.

3. 그 외 빨대 종류와 선택 기준에 대해

결론이지만, 첫걸음 빨대컵을 몇 번 쓴 후로 아기는 빨대로 물을 아주 잘 먹게 되었다. 그 이후 따로 빨대컵을 구매하진 않았고, 위 설명처럼 리필용 빨대를 기존에 쓰던 유리젖병 작은 거에 젖꼭지 대신 끼워서 사용했다. 젖병 사이즈도 작아서 유리젖병이지만 가볍고 밀폐가 되기 때문에 던져도 물이 새지 않고, 플라스틱이 아니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 걱정도 덜하니 안심이다. 열탕 소독도 가능하다.

그렇게 한 참을 생수를 끓이고 식힌 물만 먹이다, 두 돌 이후부터는 삼다수를 먹이고, 30개월 이후부터는 둥굴레차와 오가피를 넣어 끓인 물을 따뜻하게 먹이고 있는데, 나중에 이 이야기도 한번 자세히 써볼 셈이다.

아 그리고, 검색하다 보면, 추빨대와 스파우트컵도 있는데, 나는 그 두 가지는 써보지 않았다. 안 써도 상관없는데, 궁금해서 어떤 건가 찾아보긴 했다.

추빨대는 하이비 1단계 빨대꼭지가 유명한데, 빨대 끝에 동그랗고 무거운 추가 달려 있는 빨대로 컵을 잡는 방향에 관계없이 빨대 끝이 중력 따라 휘기 때문에 액체류를 다양한 자세를 취하면서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반 실리콘 빨대는 휘어있는 방향이 거의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빨대 끝이 액체에 잠기는 방향이 되도록 컵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 귀찮음이 있는데 추빨대는 알아서 빨대가 돌아가기 때문에 엄마가 편하다. 하지만 추 빨대는 세척이 무지 귀찮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나는 내가 귀찮아지는 게 너무 싫기 때문에 아기가 신경 써서 빨대를 잘 조절해서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추빨대는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가족 어르신들께는 아기가 물을 마시기 위해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할 기회를 주는 게 낫다는 말로 대충 포장했다. 추빨대는 건너 뛰어도 아무 문제없다.

스파우트 젖꼭지는 마더케이 실리콘 스파우트 젖꼭지가 유명하다. 물먹는 연습용으로 젖꼭지와 빨대의 중간 형태다. 쿠팡에서 후기도 좋고 판매도 잘 되는 것 같다. 근데 생각해 보자. 이게 진정 꼭 필요한 제품인가? 예전엔 이런 거 없이도 아기들 다 빨대에 적응 잘했다. 괜히 젖꼭지와 빨대 사이에 한 단계를 추가한다는 게, 둘 사이의 간극을 좁혀서 적응을 수월하게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적응해야 할 일상이 넘쳐나는 아기에게 적응해야 할 과제를 하나 더 던져주는 꼴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결론

지나고 나서 보니 아무것도 아니다. 수돗물만 아니면 아무 물이나 마셔도 상관없다. 완벽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부모의 불안함은 충분히 이해된다. 이런 시행착오의 과정을 누군가 이미 겪었다면, 그 경험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