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아기를 키우며 겪은 6가지 특성과 돌파 경험
혹시 예민한 아기를 키우는 부모가 있다면 이 글이 위로와 공감이 되길 바란다.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의 아기는 신생아 때부터 엄청나게 예민한 아기였다. 객관적으로 아기가 돌 즈음에 오은영 아카데미에서 이 아기는 10명중에 1~2번째로 예민한 아기라고 검사 결과도 받은 적이 있었다. 지금은 세돌 가까이 되어 가는데, 다행히 자랄수록 점점 괜찮아졌다.
1. 예민한 아기의 시작
예민한 아기는 신생아 때부터 확실하게 드러난다. 우리 아기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울음, 수면, 낯가림, 식사, 적응력 등 모든 면에서 일반적인 패턴과 달랐다. 주변 사람들의 위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육아가 버거울 때가 많았다.
2. 예민한 아기의 특징 6가지
첫 째로, 울음 소리가 남다르다. 아기는 당연히 하루에 수십번씩 우는데, 그 우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라는것이다. 우리 아기는 비명에 가까운 울음 소리를 냈는데, 이러다 숨넘어 가는거 아닌가 싶은 정도의 느낌이었고, 당연히 쉽게 울음이 달래지지도 않고 계속 자지러졌다. 종종 지나가던 모르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아기가 어디 아픈거 아니냐고, 병원에 가야 하는거 아니냐고 진지하게 걱정해주셨던 일도 몇 번 씩이나 있었다. 신생아 예방 접종을 할 때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주사를 맞고 우는 아기를 달래면서 비슷한 월령의 아기가 주사를 맞는 과정을 우연히 쭉 지켜보게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너무나 놀랐던게 울음 소리가 너무 하찮은 것이다. 저게 다야? 싶을 정도의 울음소리. 우리 아기는 이렇게 나죽는다 나죽는다 난리 치는데 저 애기는 그냥 으앙~~ 으앙~~ 몇번 하고 끝. 그 마저도 우리 아기의 울음 소리는 귓고막을 칼로 쑤시는 듯한 날카롭고 째지는 큰 울음소리라면 그 아기의 울음 소리는 되게 답답하게 들리는 어설픈 연기를 하는 듯한 울음소리였다. 그 순간 알게되었다. 아기 울음소리가 다 같은게 아니구나. 우리아기는 별난 아기구나.
둘 째로, 우리아기는 기저귀를 갈때마다 울었다. 신생아는 기저귀를 하루에 몇 번이나 가는지 아는가? 정말 기저귀를 갈 때마다 울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기저귀를 갈때 울었다는 아기 얘기는 못들어 봤고, 산후도우미 선생님도 기저귀를 갈때마다 우는 아기는 처음이라고 하셨다. 혹시 배고프거나 졸리거나 짜증이날때 기저귀를 벗겨서 우연히 타이밍이 겹쳐서 우나 싶기도 했다. 그래서 여러 변수를 조정해가며 기저귀를 갈아보았는데 역시나 기저귀를 벗기면 우는것이 맞았다. 정말 이상하다 싶었다. 그러다 아기가 100일이 지나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기저귀를 벗기고 5초가 지나면 울기 시작했다. 기저귀를 벗기고 5초 동안은 울음을 참아 주시는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숨막히는 타임어택 게임과 같았다. 5초안에 기저귀를 벗기고 새 기저귀를 입혀라!!!! 손이 굼뜬 편인 나는 늘 그 게임의 패배자였다. 성격이 좋지 못한 남편은 그럴때마다 내게 잔소리를 했다. 아기는 남편을 닮아 예민한게 100% 확실하다. 나중에는 기저귀를 갈때마다 쪽쪽이를 물렸다. 그러니 울음없이 기저귀를 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추후에 쪽쪽이 중독이라는 더 큰 재앙이 되었다.
셋 째로, 예민한 아기들은 등센서가 심하다. 잠이 완전히 들었다 거의 확신한 순간에도 아기를 눕히면 여지없이 눈을 뜨고 울음을 터뜨린다. 계란판 위에 아기를 올려놓는 느낌으로, 세상 가장 부드럽고 충격이 적은 자세로 아기를 내려놓더라도 등센서는 여지없이 작동했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아기를 재우려면 30여분을 안고 흔들고 난리 부르스를 떨어야 하는데, 그걸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어떨 때는 그냥 내가 안은채로 쭉 재우는 일도 종종 있었다.
넷 째로, 장소 낯가림이 있었다. 다른 아기들은 보통 사람 낯가림이 많이 있는데, 우리 아기는 사람 낯가림은 전혀 없었으나(오히려 흥미로워 하면서 더 열심히 쳐다보고 옹알이를 하기도 했다.) 장소 낯가림이 심했다. 6개월부터 간단한 문화센터 수업을 들었는데, 첫 시간에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엄청나게 울어대서 도저히 교실에 있을 수가 없어 복도로 아기를 데리고 나왔다. 근데 그마저도 너무 울음 소리가 커서 아예 문화센터 공간을 나와 넓은 공간에서 환기를 시키며 울음을 달랬는데, 아기에게는 너무 큰 충격과 불안이었는지 잘 달래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도 겨우겨우 달래서 다시 교실로 들어가보자 하고 아기를 데리고 교실 문을 열었는데, 다들 선생님한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것이었다. 울음 달래는데 40분이 걸렸던 놀라운 이야기. 그 외에 백화점을 가도 하도 울어대서 참다 참다 '알겠다 그만 집에가자'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에서 딱 내리니 아기가 바로 울음을 그치는 일도 비일 비재 했다. 차를 타면 집으로 간다는 걸 알아서 그랬던것 같다. 이런 식으로 장소 낯가림이 있어서 어디 새로운 장소, 특히 실내를 가는게 두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다섯 째로, 잘 안먹는다. 이게 진짜 환장할 노릇이다. 분유도 잘 안먹고, 이유식도 잘 안먹고, 그냥 밥도 잘 안먹는다. 분유를 잘 안먹는것에 대해서는 유두혼동과 구강구조에 대해 얼마전 포스팅한 글이 있으니 생략하고자 한다. 일단 분유를 잘 안먹는 아기는 이유식도 잘 안먹는다. 그래도 포스팅에 써 있는 대로 솔루션을 진행하면 분유 문제는 어느정도 극복이 될 텐데, 공교롭게도 그러면 이제 이유식을 시작할 타이밍이다.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육아에 딱 맞는 말이다. 이유식을 시작하면, 청개구리같은 아기는 분유를 엄청 찾는다. 이유식의 그 질감과 맛이 이상하게 느껴지나보다. 먹으라고 할 땐 죽어도 안먹을것 처럼 굴더니, 이제 그만 먹으라고 하니 더 달라고 난리다. 이유식은 뱉어낼 수도 있고, 아예 입을 꾹 닫아버리고 고개를 돌려버리기도 하니 먹이기 참 난감할 때가 많다. 일반식으로 넘어가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안밥모'라는 카페 회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 안먹으니 변비가 찾아온다. 유아 변비. 들어는 보았는가? 평생 나는 변비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내 자식이 변비로 고통 받는걸 보는게 너무 생소하고 가슴이 아팠다. 눈물 한바가지 흘렸던 지난 과거가 떠오른다. 변비 탈출기도 조만간 포스팅할 예정.
여섯 째로, 어린이집에 적응하는것이 어렵다. 우리 아기는 두돌무렵 어린이집에 첫 등원을 했으나, 적응을 못해 일주일만에 퇴소를 했던 이력이 있다. 다행히 30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린이집을 아주 즐겁게 잘 다니고 있다. 물론 거저 얻은 것은 아니고, 나의 엄청난 헌신이 있었다. 예민한 아이들은 낯선환경에서 불안함을 많이 느끼기에 새로운 무언가에 적응하는것은 쉽지 않다. 앞으로 학교도 가야할텐데, 부모로서 아기가 어디서건 적응을 무던하게 잘 하길 바랄 뿐이다.
3. 조금씩 변해가는 아이를 보며
지금은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울음소리도 많이 순해졌고, 기저귀 갈이도 거부하지 않는다. 낯선 공간에도 잘 적응하고, 음식도 조금씩 더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많지만, 초반에 비하면 정말 큰 변화다. 아기라는 존재는 끊임없이 자라고 변하기에, 오늘의 어려움도 언젠가 추억이 되리라 믿는다.
결론
이 글이 예민한 아기를 키우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너무 쉽게 울고, 쉽게 자극받고, 적응하지 못하는 아기를 보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나 역시 이 모든 시기를 지나왔고, 아이도 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분명 당신도 그럴 것이다. 쉬운 육아는 없다. 그러나 공감받는 육아는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