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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로육아] 예민한 아기 어린이집 자연스럽게 적응하는 방법

by 참견하는 INTP 2025.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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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기 (낯가림, 분리불안, 무서움)

예민한 아기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아기가 낯선 환경에서 적응해야 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필자의 경우도 그러하다. 예민하다보니 불안이 많고, 사소한 일에도 무섭다, 걱정된다 얘기하며 손을 빠는 모습에 부모로서 안타까우면서 동시에 답답하기도 하고 그렇다. 특히나 나는 무던한 성격이다보니 더더욱 공감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어린이집에 입소하는 것은 태어나서 (거의) 처음으로 엄마와 장시간 그리고 정기적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터라 특히나 걱정되는 일이다. 우리 아기도 역시나 어린이집에 적응하는것이 참으로 어려웠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금은 어린이집을 너무 좋아하고, 적응도 잘 하고 있다. 혹시나 예민한 자녀가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에게 참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번 포스팅을 간략히 적어본다.

1. 첫 번째 어린이집에서의 실패

우리 아기가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발을 들인것은 사실 작년, 아기가 25개월 정도였을 때였다. 아기는 말이 조금 빠른 편이라 어느정도 자기 의사를 말로 표현할 수 있을 상태라 혹시 어린이집에 잘 적응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고, 주변에서 다들 어린이집에 빨리 보냈더니 아기가 더 잘 크는것 같더라 하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36개월 이전에 일찍 어린이집에 등록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기가 어린이집에 순조롭게 적응하는 듯 했다. 부모와 함께 듣는 이틀간의 수업을 아주 잘 해냈다. 하지만 부모 없이 한 시간 동안 아기가 혼자 있는 기간이 시작되면서 아기는 엄청나게 울어댔다. 거의 죽을듯이 울어댔다. 선생님은 아기는 원래 적응 기간에 그렇다며 부모인 나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 다음날, 나 대신 아기를 등원시킨 남편이 어린이집 창문너머로 우는 아기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다음날 선생님이 아기가 적응을 조금씩 하고 있다며 보내주신 영상과 사진에는 아기가 퉁퉁 불은 눈으로 음악에 맞춰 손뼉을 치고 있는 모습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우리는 오히려 마음이 너무 아파서 어린이집을 퇴소하겠다고 어린이집에 의사를 전달했다. 입소한지 일주일이 채 안된 기간이었다.

2. 다시 시작하기 전까지의 1년

그렇게 한동안 아기와 나는 어린이집 대신 산과 들과 박물관 등지로 매일 매일을 쏘다녔다. 버스를 타고 두시간 거리를 다녀오기도 했다. 문화센터는 엄마와 함께 듣는 수업이니까 아기도 열심히 들었다. 그렇게 힘겨운 시간이 지나 다시 3월이 되었다.

3. 두 번째 입소와 서서히 적응하기

이번에는 다른 어린이집에 등록을 했다. 그사이 동네의 여러 어린이집을 지날때마다 아기가 창문너머로 친구들이 밥먹는 모습도 보고, 나에게 "우리도 저기 들어가 볼까?" 하면서 어린이집에 가고 싶어하는 의향을 지속적으로 내비쳤다. 나는 그럴때마다 "저기는 어린이집 다니는 친구들만 들어가는거야. 너는 어린이집 안간다고 해서 안다니고 있잖아. 그래서 못가. 어린이집 다니는 친구들만 가는거야" 하고 일관되게 얘기해 주었다. 그러면 아기는 아무말 없이 돌아섰다. 중요한건 나와 함께 돌아다니던 일년동안 어린이집에 관심도 보이고, 나들이에서 우연히 체험학습 나온 어린이집 친구들을 마주치고 할 때마다 상당히 좋아하면서 관심을 보였다는거다. 이 점이 나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아기가 어린이집에, 친구들한테 진심으로 긍정적인 관심을 가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아기가 아직 36개월 아니지만 31개월로 어느정도 대상영속성이 생긴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실제로 아기한테 간단한 볼일을 보러 혼자 나가기 전에 "엄마가 외출했다가 다시 돌아오는거 알지?" 하고 물어보면 "응" 하고 대답을 하긴 했었다. 이 말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내가 혼자 외출하고 다녀왔을 때 아기의 반응을 보면 작년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달라진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약간의 긍정적인 기대가 있었다.

4. 작전 시작: 눈물 속 단계적 적응

아기가 입소한 어린이집은 첫 날부터 부모와 떨어지는, 아주 엄격한 방식의 적응 기간을 가지는 어린이집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첫 날은 엄마없이도 한 시간동안 아기가 즐겁게 잘 있었다고 한다. 울지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재회할 수 있었다. 이게 웬 일이지? 그런데 아뿔싸. 둘 째날 부터 눈물 바다가 시작됐다. 아무래도 첫 날은 호기심이 워낙 많은 아기라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본인 호기심을 채우느라 울 틈이 없었던 모양이다. 이제 이틀째라 장소가 조금씩 눈에 익고 궁금한게 없어지면서 폭풍 눈물이 시작됐다. 그래도 한가지 다행인건, 어린이집에 안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엄마랑 같이 갈래' 하고 엉엉 울었다는 점이다. 그 후로 며칠이 지났지만 아기는 계속 울었고, 다른 친구들은 기관이 두번째인 아이들이라 점점 울지 않고 잘 지내는 듯 했다. 나는 조바심이 났다.

5. 나의 방식 – 퍼버법 대신 안심법

방법은 두가지가 있었다. 마치 수면교육의 퍼버법처럼 아기가 울더라도 울리면서 차차 울음이 짧아지길 기다려 적응시킬 것이냐, 아니면 서서히 안심시켜주면서 오랜 기간을 들여 적응 시킬 것이냐.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아기는 생각보다 똑똑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미끄럼틀 10번만 타면 엄마 올꺼야" 하고 얘기하면, 미끄럼틀 10번을 다 타고나서 "엄마 왜 안와요?" 하고 엉엉 울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서서히 안심시키는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나는 아기가 보이는 현관의 작은 의자에 매일 앉아있었고, 아기는 내가 보이는 거실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11시가되면 나와함께 하원을 했다. 아기는 혼자서 잘 놀았고, 중간 중간 내가 있는 현관으로 와 말을 걸고 엄마 같이 들어가자 유혹도 했다. 그럴때마다 나는 어린이집은 어린이랑 선생님만 들어가는거라고 엄마는 못들어 간다고 얘기해줬다. 그리고 바쁜척을 하기 위해 집에서 가져온 책을 읽으며 엄마는 공부중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더 좋았던건 선생님의 배려로 중간에 한 30분 정도 아기의 반 친구들도 함께 노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러면서 친구들하고 안면도 트고 더 빨리 적응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어린이집 현관에서 벌을 서듯 앉아 있기를 열흘 쯤 되었을때, 아기가 처음으로 교실에 들어가 친구들과 놀이를 하게 되었다. 깜짝 놀란 나와 선생님은 조금 두고 보자고 했고, 아기는 30분이나 교실에서 놀다 나왓다. 그 뒤로 조금 씩 교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고, 2주 정도가 되던 어느 날, 나는 드디어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집안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뒤로 아기는 서서히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을 단계적으로 늘려 갔고, 지금은 4시 정도에 하원하며 즐거운 어린이집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6. 결론: 아이를 믿고 기다리기

실제로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보내주신 사진을 보면, 수업시간마다 아기의 찐으로 신난 텐션을 볼 수 있는데, 우리 아기가 제일 신나보인다. 이렇게 적응해서 밥도 잘 먹고, 잘 논다는 얘기를 들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싶고, 선생님께도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억지로 강압적으로 적응 시키기보다 시간을 갖고 안심시키며 서서히 적응 하기로 한 내 선택에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 겪어야 할 많은 처음의 순간마다 아기가 잘 적응해내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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