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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애로육아] 조심성 많은 아이 자전거 고르기, 스트라이더 밸런스 바이크 12인치 살까 말까 고민된다면

by 참견하는 INTP 2025.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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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육아 블로그인데 정체성을 잃고 한 동안 주식 얘기만 주구장창 했다. 

오랜만에 육아 얘기로 돌아왔다. 필자의 아이는 모든 감각이 예민한 아이다. 그리고 조심성이 많은 아이다. 그래서 몇 달 전에는 미끄럼틀 타는 것도 (뭘 좀 알만한 시기라 그런지) 무서워하며 혼자 미끄럼틀을 내려가질 못했다. 오히려 훨 씬 더 어린 아기 시절에는 슝슝 잘 도 미끄럼틀을 탔었다. 아무래도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좀처럼 나서서 하지 않는듯 하다. 물론 지금은 어린이집을 다니다 보니 친구들 앞에서 가오가 상하는 꼴은 못참겠다 싶은지 눈을 질끈 감으며 미끄럼틀을 잘 타긴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그 마저도 물놀이장에 있는 물이 흐르는 미끄럼틀이나, 자기 기준에 조금이라도 좀 높다 싶은 미끄럼틀은 죽어도 타지 않는다. 확실히 안전에 예민하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남들보다 크게(진지하게) 생각하는 듯 하다. (불안이 높은 아이의 특징) 과감한 엄마로서는 이런 아이의 걱정에 공감이 되지 않지만, 내가 아니라 남편을 닮았나보다 생각하며 이해하려 노력 한다. 

 

 

조심성 많은 아이는 킥보드와 자전거를 타는 것도 엄청난 리스크 테이킹이다.

두 돌이 넘으면 좀 빠른 아이들은 킥보드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기 시작한다. 필자의 아이도 그 맘때쯤 처음으로 밖에서 킥보드를 타보고 싶어 했다. 참고로 필자의 남편은 쓸데없는 물건을 자꾸 쟁여두는 못된 습성이 있어서 집을 어질러대는 만행을 평생 해오고 있다. 덕분에 필자의 아이는 돌 무렵에 킥보드를 3대나 보유하게 되었다. 마이크로 미니(안장까지 풀셋트), 핸들이 꺽이지 않는 마이크로 킥보드 중형, 대형. 그 밖의 탈 것으로는 휴대용 유모차와 푸쉬카, 트라이카, 유아 자전거가 있다. 아마 외동인 1세 중에선 동네에서 제일 모빌리티 부자가 아니었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집 안에서 마이크로 미니만 아주 잠깐 끼적 거릴 뿐 아직 본격적으로 킥보드는 전혀 탈 생각이 없어보였다. 관상용 마냥 주로 쳐다보고 가끔 가서 손으로 어루만지곤 하는게 전부였다. 그러다 두 돌이 되니 드디어 밖에서 키보드를 타고 싶다는 말을 처음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게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었다. 얘가 드디어 타는 구나! 킥보드를 타고 씽씽 달리는 모습이 약간 기대되어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서 킥보드를 탄지 10초만에 아이는 더이상 킥보드를 타지 않으려 했다. 뭔가 자기의 상상과 현실은 달랐나보다. 어설프게 잡은 균형 때문에 한번 옆으로 스스슥 스러진게 언짢으셨나보다. 그래서 킥보드는 다시 실내 관상용이 되었다. 그러니 자전거는 아예 도전할 꿈도 꾸지 못했다. 

 

 

필자는 아기가 기어 다닐때부터 나중에 꼭 스트라이더를 타게 해주고 싶었다.

스트라이더라고 페달 없이 발로 굴려서 타는 자전거가 있다. 흔히 밸런스 바이크라고도 한다. 이게 자전거냐 싶은데, 자전거 맞고, 작고 디자인도 원초적인게 보면 볼수록 예쁘다. 깜찍한 러기드함이 있다. 무엇보다 발로 직접 땅을 디뎌서 타는 자전거라 발 힘을 기르기에도 좋고, 밸런스 바이크를 꾸준히 타면 균형감각도 기를 수 있어서 두 발 자전거에 바로 적응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밸런스 바이크 브랜드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스트라이더다. 그리고 스트라이더 브랜드에서 주최하는 어린이 대회가 있어서 스트라이더 밸런스 바이크는 더 필자의 구미를 당겼다. 우리 아이가 저 대회에서 잘 할거라는 기대는 아니었고 그냥 그런 대회가 있다고 하니 왠지 더 스트라이더 자전거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아무튼 시간이 흘러 아이가 세 돌 무렵이 되었고, 우리 부부는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구입하려고 이것 저것 알아보게 되었다. 나는 당연히 스트라이더 밸런스 바이크를 일순위로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은 반대했다. 얘가 킥보드도 못 타는데 더 어려운 밸런스 바이크를 탈 수 있겠냐는 거였다. 보조 바퀴가 있는 정통 자전거를, 그것도 트렉 같은 고가 자전거를 사자는 것이었다. 밸런스 바이크가 어려워서 못 탈 것이라는 남편의 말도 그럴듯 했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세 발 자전거의 페달을 돌려 밟을 다리 힘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정말 조심성 많은 아이에게 밸런스 바이크는 무리인 걸까?

 

 

아니다. 조심성 많은 아이에게는 오히려 밸런스 바이크가 더 좋다. 

남편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나는 독단적으로 밸런스 바이크를 들였다. 몇 번 아이와 같이 셋이서 자전거 매장에 들러 자전거도 살펴보고 했으나 아이는 시큰둥 했다.(잘 한다 우리 아들ㅋㅋ) 그래서 그냥 질러 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스트라이더 밸런스 바이크 공구가 있다고 해서 빨간 색상 12인치 짜리로 구매를 했는데, 나중에 아이한테 사진을 보여줬더니, 빨간색이 싫다며 파란색으로 사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니 그 전날에 물어봤을때는 빨간색으로 사달라며?" "......"  하는 수 없이 구매를 취소하고 파란색으로 재구매를 하려고 했으나 파란색은 인기 컬러라 이미 품절이었다. 참고로 스트라이더 밸런스 바이크는 12인치보다 14인치가 더 인기가 많다. 12인치는 세 돌 아이한테 딱 맞는 앙증맞은 크기라서 금방 기변해줘야 한다는 점 때문에 엄마들이 14인치로 한 번에 가려는게 일단 큰 이유고, 두번째로 14인치는 페달킷을 추가 구매하면 밸런스 바이크를 아예 자전거로 변신해서 쓸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14인치는(정확히는 페달킷 세트) 품절되기 일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원하는 파란색 12인치도 품절이라 살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당근에서 컨디션 대비 비싼 가격으로 스트라이더 밸런스 바이크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막상 받아보니 사진보다 상태가 더 안좋았는데 그래도 파란색은 저것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아이는 파란색 밸런스 바이크를 정말 마음에 들어했다. 앙증맞은 사이즈가 본인이 생각하기에 상당히 만만하게 느껴져서 부담이 없는 듯 했고, 오히려 페달없이 두 발로 땅을 지지하고 탄다는 점이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듯 했다. 물론 약간의 몸치라 그런지 아이는 밸런스 바이크를 탄다기 보다는 서서 끌고 간다는 느낌으로 탔다. 안장에 앉지도 않고 서서 탔다. 그래도 본인은 "나 자전거 잘 타지?" 하면서 뿌듯해 했다. 

 

 

아이는 금방 배운다. 

그렇게 밸런스 바이크를 끌고 어린이집을 몇 번 오갔을까, 어느 날 아이를 보니 제법 양 발을 굴려가며 밸런스바이크 답게 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 사이 킥보드 실력도 많이 늘었다. 킥보드는 킥보드 대로, 밸런스 바이크는 밸런스 바이크대로 나름의 재미를 느끼는 듯 하다. 또 관상용 탈 것이 하나 더 느는것이 아닌가 우려했던 것과 달리 이정도면 잘 들였다 싶다. 조심성 많은 아이라서, 겁이많아서 밸런스바이크를 태워볼 생각을 못했다면 이 글을 참고해서 아이에게 기회를 여러번 줘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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